'개 식용금지' 불붙인 文…靑 "당장 오늘·내일 시행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12:16

업데이트 2021.09.29 18:12

문재인 대통령이 불을 붙인 ‘개 식용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일단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났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에 대한)검토를 지시했다고 해서 당장 오늘내일 실행이 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시간을 가지고 오랫동안 차분히 준비를 하고 국민 정서와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까지 다 고려해 법률로 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어 “정부로서는 미리 현황이라도 우선 파악하고 자료를 만들어야 국회가 이를 법률로 추진하고 공청회도 할 것”이라며 “(입법 과정 검토할)관련 대책에는 이해 당사자들의 전업 지원 등 다양한 대책들이 당연히 꼼꼼하게 배치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개 식용’ 논란은 지난 27일 문 대통령이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이제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한 발언으로 논란이 본격화됐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 관련 단체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 관련 단체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환영 의사를 밝혔고, 관련 상인들은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도 찬반 양론이 이어졌다. 특히 15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들의 이른바 ‘펫심’을 겨냥한 대선 주자들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정치이슈로 급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고기 식용 금지 검토' 입장이 알려진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개고기 식용 금지 검토' 입장이 알려진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스1

반면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가가 개인의 취향이나 식습관까지 규제할 권리는 없다”며 “나의 불쾌함을 이유로 국가에 타인을 강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시민으로서 자해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날 ‘개 식용 문제’를 국회의 입법 문제라고 규정한 것은 이러한 논

란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에 보다 무게를 싣고 관련 입법을 위한 논의를 위한 공론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 안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특히 생업과 관련한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입법 과정에서 당연히 관련 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분명하게 명시될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는 일단 현황을 파악해 향후 입법부의 논의를 뒷받침하는 역할까지는 미리 해놔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2월 12일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고양이 찡찡이, 풍산개 마루와 곰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월 12일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고양이 찡찡이, 풍산개 마루와 곰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이어 “K팝을 비롯한 문화 영역에서 특히 대한민국의 국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상황인데, 아직까지 ‘개 식용 논란’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 입법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식 채널을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발언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주요한 기사로 다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을 비롯해 영국의 BBC와 가디언 등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둘러싼 논란 등을 재조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발언을 주요 뉴스로 다룬 주요 외신으 보도.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발언을 주요 뉴스로 다룬 주요 외신으 보도. 홈페이지 캡처

가디언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한국은 오랜 기간 개고기를 하나의 ‘음식’으로 보고 매년 약 100만 마리의 개를 먹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근 개를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면서 개고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증가했다”며 한국인의 인식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BBC는 문 대통령의 반려견을 함께 소개하며 “대통령이 개고기 전면 금지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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