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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공부두뇌’ 여는 법…뇌신경학자의 ‘90초의 원칙’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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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할까? 사고력수학 학원은 필수일까? 또 선행학습은 얼마나 해야 할까.’ 부모들은 불안합니다. 영어책을 술술 읽고 곱셈 나눗셈도 척척 해내는 아이들을 보면 ‘내 아이만 너무 놀게 했나’ 하는 자책감이 밀려듭니다. 과연 우리 아이의 ‘공부 두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또 부모의 학습코칭은 어때야 할까요.

오늘의 밥상머리 뉴스, 오밥뉴스에서는 소아신경 전문가김영훈(63)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부터우리 아이 공부두뇌 원리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김 교수는 “주변 학부모의 교육방식에 솔깃해하며 조급해하기보다 아이의 뇌 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보살핌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머리 아파요” 비대면 수업에 학습부진 늘어

김 교수는 “최근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학습부진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 교수는 “최근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학습부진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압도적인 결과를 내는 공부두뇌』, 『둘째는 다르다』,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을 펴낸 저자기도 하다.

학습부진과 학습장애를 겪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치료 중인 김 교수는 “최근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학습부진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뇌는 시각, 청각, 촉각 등을 통해 반응하며 학습을 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생님이 가르친 내용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상호작용 과정이 부족했던 것도 아이들의 눈에 띄는 학습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병원에 오는 아이들은 수면장애나 복통, 두통, 틱 장애 등 신체증상을 주로 호소하는데, 막상 검사를 해보면 신체적인 원인이 아니라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많았다. 그는 “아이들이 짜증이 늘고 화를 많이 내는데, 부모도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뇌신경학자인 김 교수는 ‘뇌 기반 교육’의 관점에서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학습코칭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정이 뇌에 머무르는 시간은 대략 90초 정도인데 이때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지 못하면 감정이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져버린다다”며 “처음엔 무조건 받아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기, 눈을 지그시 보며 안아주기, 함께 호흡 조절하기 등 감정을 받아주는 행동이 먼저라는 얘기다.

뇌구조 원리 알아야 '공부머리'도 안다

김 교수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 욕구를 해소하고 감정을 이완시켜야 뇌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데도 뇌의 원리를 소홀히 하는 학습 풍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 교수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 욕구를 해소하고 감정을 이완시켜야 뇌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데도 뇌의 원리를 소홀히 하는 학습 풍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 교수는 우리의 뇌 구조를 알면 공부머리를 이해하기 쉽다고 했다. 우리의 뇌는 3중 구조로 돼있는데, 본능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시상하부가 가장 안쪽에 위치해있고, 감정의 뇌인 변연계가 가운데, 집중력과 기억력 등의 담당하는 이성의 뇌인 대뇌피질이 가장 바깥에 위치해있다.

그는 “생존과 직결된 본능의 뇌부터 피가 쏠리기 때문에 본능의 뇌, 감정의 뇌, 이성의 뇌 순으로 안정이 되어야만 학습을 담당하는 이성의 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부두뇌가 잘 작동하기 위해선 뇌상태도 중요하다.

아이가 공부하러 방에 들어가서 얼마 안 돼 밖으로 나온다면 방이 덥지는 않은지 목이 마르지는 않은지 화장실에 가고 싶은 건 아닌지 전날 잠을 자지 못해 졸린 건 아닌지 먼저 살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하고, 감정을 이완시켜 집이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어야만 뇌가 공부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집에 오자마자 알림장을 가져와라 등의 잔소리를 하면 공부를 할 수 있는 뇌상태가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말’로 아이를 다독이는 것도 뇌의 작동원리를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일이다. 부정적인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한 번 자극되면 질기고 오래 가는데 이 때문에 트라우마 치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7대 1의 비율로 긍정적인 기억이 더 많아야 부정적인 기억을 바꿀 수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긍정적인 말과 경험을 되도록 많이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대할 때도 “충동적이 아니라 활동적, 산만한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 많은 것, 고집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기주장이 뚜렷한 것으로 아이의 성향을 봐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6개월 이전엔 모국어 습득이 먼저

김 교수는 뇌 발달단계에 맞지 않게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을 시킬 경우 오히려 아이의 뇌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상조 기자

김 교수는 뇌 발달단계에 맞지 않게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을 시킬 경우 오히려 아이의 뇌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상조 기자

그는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도 뇌 과학적으로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간의 뇌는 크게 ‘경험 기대적인 발달’과 ‘경험 의존적인 발달’ 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경험기대적인 발달’은 집 짓기 전 터파기 등 기초공사를 하는 단계와 같다. 태어나 36개월까지의 시기에 이뤄지는 것으로 모국어를 비롯한 시각, 청각, 정서 등 뇌 기능이 이때 활성화된다.

생후 36개월까지 뇌 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150~200%가 형성되는데, 사용하지 않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냅스는 없애는 가지치기가 일어난다. 그는 “이 시기에 제때 노출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기가 지나면 관련 뇌 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떨어져 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늑대 소년’을 예로 들었다. 정글에서 늑대에게 키워지다 6세에 발견된 늑대 소년에게 학자들이 언어를 가르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것도 뇌 발달 원리 때문이다. 선천성 백내장 수술이 12개월 이전에 실시돼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후 36개월 이후부터 뇌에선 집을 지어 올리는 공사에 해당하는 ‘경험 의존적인 발달’이 이뤄진다. 책 읽기, 영어, 예체능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노출 시기가 언제냐보단 노출 시간이 얼마만큼이냐가 더 중요한 분야”라며 “독서나 영어의 경우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면서 교육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두뇌’의 발달은 이 시기부터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뉴런이 증식하면서 기억력과 집중력, 문제 해결 능력 또한 증가한다. 이 때문에 통상 5000시간(하루 3시간씩 5년)동안 교육이 이뤄지면 아이를 영재로 볼 수 있을 만큼 기술 습득이 가능해지는데,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아이 스스로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만 부모가 교육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리한 선행학습은 독이 된다

김 교수는 초등 시기의 공부습관이나 태도가 이후 학습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우상조 기자

김 교수는 초등 시기의 공부습관이나 태도가 이후 학습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우상조 기자

김 교수는 공부두뇌를 키우는 결정적인 시기로 ‘초등 시기’를 꼽는다. 이때 공부습관이나 태도가 이후 학습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뇌신경학자들은 뇌신경세포의 포도당 소모량을 들어 4~10세까지를 왕성한 뇌활동 시기로 본다. 그러나 이때는 정서와 창의력 발달이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과도한 학습은 적절하지 않으며, 학습능력은 시냅스의 안정화가 이뤄지는 10세 이후에 키워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초등 시기에는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부터 시작해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 공간감각과 수학적 추상능력을 담당하는 두정엽을 거쳐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 순으로 뇌가 발달한다.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그에 맞는 교육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가령 학교에선 저학년 때는 아이들이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연습을 시키는데, 이 때가 집중력과 관련된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초등 2~3학년 때에는 말하기 듣기 읽기 등 국어 공부에 집중하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보통 초등 4학년쯤 되어야 수학적 추상능력이 발달하는데 이걸 2학년 때 시키면 아이의 뇌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큼 문제 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6개월~1년 정도의 예습은 몰라도 그 이상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내놨다.

사춘기 아이 “부모는 내편” 느끼게 해야

김영훈 교수는 “사춘기 시기엔 아이를 기다려주고 한 편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영훈 교수는 “사춘기 시기엔 아이를 기다려주고 한 편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사춘기가 되면 “뇌가 공사를 한다”고 표현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이 시기에는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매우 중요해져 아이들에 대한 훈육방식을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좋다, 싫다’의 감정에 더 무게를 두고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내 편’인 친구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구의 말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웬만한 보상이나 훈육으로는 아이가 꿈쩍도 하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기다려주고 아이와 한 편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로 길게 설득하는 것보다 부모의 마음을 전하는 감정표현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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