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 외교관 징계 2배…'성비위'엔 솜방망이 처벌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5:00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교부 직원에 대한 징계 건수가 전임 정부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 비위의 경우, 임기 초반 공언한 '무관용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감봉 등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文 정부서 징계 받은 외교관 74명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외교관 징계 건수는 총 74건이었다. 파면, 해임 등 중징계는 33건, 감봉 등 경징계는 41건이었다. 이는 노무현 정부 10건, 이명박 정부 42건, 박근혜 정부 34건에 비하면 2~7배 되는 수치다.

역대 정부별 외교부 직원 징계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역대 정부별 외교부 직원 징계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성 비위 저질러도 경징계 여전

특히 성 비위와 관련, 외교부가 선언한 '무관용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 후반부로 갈수록 징계 수위가 들쑥날쑥하거나 물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2017년 주에티오피아 한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2017년부터 엄정 대처를 원칙으로 세웠다. 공관에서 성 비위가 발생할 경우 공관장을 엄중 문책하고, 추후 공관장 재임 기회를 제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했다. 2017년 7월 당시 강경화 전 장관은 "성 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 그리고 관련 규정과 법령에 따라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외교부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첫 해인 2017년에는 성 비위로 인한 징계 3건이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의 중징계인 파면이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강등, 정직, 감봉 등으로 수위가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8~2019년 징계 기록에 따르면 성 비위를 이유로 파면이나 해임된 경우는 아예 없었다. 


비슷한 수위의 징계를 받은 다른 사안과 비교해봤을 때 이런 추이는 성 비위 사건에 대해 특별히 엄중하게 대처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의 경우 음주 후 전동킥보드를 탄 5급 직원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정직 1개월을 받았다. 같은 해 성비위로 걸린 8등급 직원 두 명은 이보다 조금 높은 정직 2개월을 받는 식이었다.
또 지난해 성 비위가 적발된 직원 2명은 각각 감봉 2개월,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는 같은 해 주취 소란을 벌인 직원(감봉 1개월)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위였다.

성비위와 관련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성비위와 관련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동떨어진 공관 '사각지대'

외교부의 성 비위는 대부분 공관에서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구조적으로 본부와 멀리 떨어진 해외에 근무할 경우 기강이 해이해지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1월부터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을 개정하면서 재외공관 성비위 지침을 따로 마련하는 등 예방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주시애틀 총영사가 직원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내부 고발이 들어와 외교부 감사가 벌어졌다.

꼭 성 비위가 아니더라도 공관발 징계 증가 추이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공관 근무자의 징계 건수는 박근혜 정부 때는 매년 한 자릿수였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13건 → 2018년 16건 → 2019년 13건 → 2020년 23건 → 2021년 8월 기준 11건 등 두 자릿수대로 늘었다. 2017년 이후 외교부의 고위 공무원 징계 28건 중 1건을 제외하곤 모두 공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지성호 의원실이 정리한 외교부 공직기강해이 주요사례.

지성호 의원실이 정리한 외교부 공직기강해이 주요사례.

감찰담당관실 신설했지만 효과는?

외교부의 공직기강 확립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지난 2018년 각종 비위를 막기 위해 감찰담당관실을 신설했지만 이후로도 전체 징계 건수는 2019년 15건, 지난해 24건,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10건으로 큰 변동이 없다. "감찰담당관실 소속 직원의 약 70%가 감찰 관련 경력이 없고, 과에 부임해도 평균 1년이 되기 전에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는 게 지성호 의원실 측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 의원은 "국회와 언론에 등 떠밀려 감찰의 모양새만 갖춰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감찰 조직의 전문성, 독립성을 강화해 유효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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