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 읽기

MZ세대는 분석을 기다리는가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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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

MZ세대에 대한 분석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MZ세대는 이런 세대다, 무엇을 좋아한다, 어디에 돈을 쓴다 등등. 조금 전 네이버뉴스에서 ‘MZ세대’라는 키워드를 입력했더니 최근 24시간 동안 이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221건 올라온 걸로 나왔다. 언론사들이 기사를 많이 쓰지 않는 주말인데도 그렇다.

그 기사들에 따르면 MZ세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중시한다고 한다. 가성비,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감성, 개성, 경험, 공감, 공유 경제, 공정, 구독 경제, 메타버스, 복고, 세계관, 소셜 미디어, 소통, 소확행, 스토리, 실리, 자기표현, 재미, 젠더 이슈, 진심, 착한 소비, 참여, 취향, 편리함, 환경 문제….

쏟아져 나오는 청년세대 분석
표 얻고 지갑 열려는 시도인데
과업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언론이 그리는 MZ세대의 초상은 대강 몇 가지 큰 줄기로 모아지는 듯하다. ⓐ 순수한, 거의 순진하기까지 한 이상주의자. ⓑ 하지만 자기 이익에 관련된 문제라면 얄밉도록 현실적인 개인주의자. ⓒ 그러면서도 자기 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우는 집단주의적 감수성의 소유자.

ⓐ, ⓑ, ⓒ는 서로 대립하는 속성들이며, 매끄럽게 잘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실은 ⓐ도 ⓑ도 ⓒ도 아닌, ⓐ와 ⓑ와 ⓒ의 ‘연결’이 이 세대의 핵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어떻게 ⓐ와 ⓑ가 ⓒ가 동시에 한 정체성을 이룰 수 있는 걸까.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 태세 전환을 잘한다는 것이 이들의 본질인가?

이는 이들이 가볍고 얄팍한 존재들이라고 슬쩍 돌려서 깎아내리는 얘기나 다름없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보면 거의 모든 MZ세대들이 온갖 MZ세대 담론에 몹시 불만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암시를 눈치채서인 듯하다. 그런데 이 혼란함이 역설적으로 그들에게 힘을 준다. 예측불가능해 보여서 예의주시하게 된다.

나는 MZ세대 담론들이 뒤죽박죽이고 거기에 정작 중요한 뭔가가 빠져 있다고 보는 편이다. 애초에 MZ세대라는 명명 자체가 괴상한 것 같다. 과연 이들이 한 덩어리인가?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과 20살 가까이 터울이 지는 2000년대초 출생 그룹이 가치관이나 정서가 같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안 믿어진다.

막상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990년대생 남성과 여성조차 하나로 묶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정당 지지도뿐 아니라 여러 사안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 MZ세대를 한 묶음으로 여기고 거기서 ‘이대남’을 별종으로 파악하는 접근은 과연 온당할까.

그런 문제의식을 지니면 MZ세대를 가장 영향력이 큰 세대집단이라고 일컫는 데에도 딴죽을 걸고 싶어진다. 앞의 586이나 X세대는 대충 10년 단위인데 MZ세대는 그 기간을 20년으로 정했으니 당연히 이 세대 인구가 제일 많겠지. 그렇게 20년에 걸친 인구 집단이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건 기실 이 시기 출생자의 개별 존재감이 가장 약하다는 뜻 아닌가.

MZ세대를 분석하는 수많은 기사들이 대부분 MZ세대를 향한 게 아니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MZ세대의 지갑을 열고자 하는, 혹은 그들의 표를 얻고자 하는 기성세대를 위한 글들이다. 이 청년들은 무엇을 좋아하니 물건 팔아먹으려면 이렇게 하라는. 그 글들 속에서 젊은이들은 주체가 아닌 대상이다. 기껏 소비의 주체, 투표의 주체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정서, 가치관, 취향을 집요하게 해부하면서도 이들의 과업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우리 제품을 사세요, 혹은 저를 찍어주세요’가 고작이다. 한데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의 답은 종종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푸는 데서 나온다. 사명을 발견하면 정체성 위기를 겪지 않는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앞선 세대들은 과업이 분명했다. 산업화 세대의 과업은 산업화였고, 민주화 세대로도 불린 586들의 과업은 민주화였다. 적잖이 민망하지만 X세대는 자유롭게 열심히 노는 것이 과업이었다고, 사회 수준과 대중문화의 질을 높인 게 역할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MZ세대의 과업은 뭔가. 그 질문 없이 한 세대를 규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MZ세대에게 답은커녕 쓸 만한 조언도 별로 들려주지 못하는 게 지금 오가는 세대론과 한국 기성세대의 한계인 것 같다. ‘말 통하는 멋진 형·언니’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이비 멘토는 그득한데. MZ세대도 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어른도, 롤 모델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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