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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실소유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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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진석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담당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도곡동 땅 가운데 이상은씨 명의의 지분은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

2007년 8월 13일 검찰이 묘한 시한폭탄을 하나 던졌다.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도곡동 땅의 주인이 명의자인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이하 MB)의 형이 아니라고 못 박은 것이다. 누가 봐도 ‘제3자’가 MB의 대명사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게 중요했던 건 다스, BBK 실소유주 논란과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된 사안이라서다. 도곡동 땅 매도 자금 중 20억원이 다스 자본금으로 납입됐고, 다스는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삼위일체였다. 도곡동 땅이 MB의 것이라면 그는 다스와 BBK의 실소유주가 되면서 동시에 그 업체들이 연루된 각종 경제범죄의 주범이 될 상황이었다.

MB 실소유주 설은 단순 의혹 수준이 아니었다. “도곡동 땅은 MB의 차명재산”이라는 당내 내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지만, MB 측은 놀랍게도 이를 무시했다. 더욱 놀랍게도 그게 통했다.

압도적 지지율을 자랑하던 MB는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그나마 그해 8월은 아직 MB가 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검찰이 최소한의 용기라도 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도곡동 시한폭탄’은 결국 불발탄이 됐고, MB는 검찰이 발행한 면죄부를 앞세워 대선 승자가 됐다.

여당은 특별검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너무 늦었다. MB 당선 이후에 출범한 특검팀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당시 제기된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이었던 것으로 법적 결론이 난 건 그로부터 13년이 지나서였다.

MB 이후 세 번째 대통령을 가리는 대선을 앞두고 실소유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대장동 대박’ 수혜자인 부동산 시행사 화천대유의 실소유주 논란에 유력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2007년과 다른 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특검 수사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정치수사 논란에서 자유로운 특검팀에서 무고함을 인정받는다면 이 지사는 MB처럼 날개를 달 수도 있다. 공언대로 그가 화천대유와 무관하고, 이번 사건이  ‘국민의힘 게이트’라면 스스로 특검 도입을 촉구해야 할 상황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