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무리한 요구에 단호히 대응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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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북한 자강로 무평리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동해상을 향해 쐈다. [뉴스1]

2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북한 자강로 무평리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동해상을 향해 쐈다. [뉴스1]

미사일 쏜 뒤 연합훈련 중단 요구

정부 대북 전략 전면 재검토해야

북한이 어제 아침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쏘았다.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발사 20분 뒤에는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유엔총회에 나와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무기의 한반도 주변 배치를 영구히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 대한 북한식 반응이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고, 필요할 경우 전략자산을 들여와 북한의 도발과 오판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선후가 뒤바뀐 주장을 서슴지 않고 펼치는 것은 핵과 미사일을 지렛대로 삼아 한반도 정세를 흔들고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한국이 먼저 성의를 보이면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암시를 보내오기도 했다. 도발과 위협 속에 평화 공세를 혼용하는 전술을 펼치면서 한편으로는 핵 능력 고도화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음을 정부는 꿰뚫어 보고 북한의 도발과 무리한 요구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더 이상 북한에 끌려가선 안 된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고 고압적 태세로 나오는 배경에는 위협을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안이함이 있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감싸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문 대통령이 그런 인식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방미 일정 끝에 “북한은 저강도 긴장 고조 그런 것만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대화의 문은 열어둔 채 여러 가지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올 1월 당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 방침을 천명한 이래 잇따라 시험발사하는 신형 무기들은 모두 한국을 주 타깃으로 하는 것들이다. 고체연료 개발과 이동식 발사 능력 확보, 회피기동 기술 등으로 한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실질적 위협이다. 그런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발사하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식의 인식으로 일관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자신감에서 근거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의도와 목적은 이제 더 이상의 관찰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확해지고 있다. 북한 스스로가 숨기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의 대북 전략과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이유도 분명해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신한 것으로 봐야 할 유엔 주재 대사의 어제 연설뿐 아니라 최근 북한이 쏟아내고 있는 입장문 그 어디에도 ‘비핵화’란 말은 없다. 이쯤이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기만 하면 ‘비핵화 의지’가 있는 북한이 화답해 줄 것이란 환상에서 깨어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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