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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온 국민 분노하는데, 잘못한 사람 없다는 대장동 게이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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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8일 대구시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로 불과 3억5000만원을 투자해 11만%의 수익률을 올리며 수천억원을 벌어들인 화천대유의 소유주를 묻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28일 대구시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로 불과 3억5000만원을 투자해 11만%의 수익률을 올리며 수천억원을 벌어들인 화천대유의 소유주를 묻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땅 짚고 헤엄쳐 번 돈 펑펑 쓰는 모습에 좌절

자금 흐름 추적해 신속하게 진상 규명해야

‘대장동 게이트’를 보면 복마전이 따로 없다. 성남시장 시절 이 사업을 허가해 준 이재명 경기지사가 “고위험을 감수한 사업”이라고 했지만, 그 실체는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으로 드러나고 있다. 통상 도시개발 사업의 최대 리스크는 토지 매입, 인허가, 분양에 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자격을 따낸 화천대유자산관리는 사업 실적도 없었다. 통상 10년도 빠르다는 허가가 회사 설립 직후 나오면서 화천대유는 일사천리로 사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이 나오는 건 그 이후부터다. 3억5000만원을 출자해 단기간에 받은 사업 배당금은 4040억원에 달했다. 이와 별도로 아파트 분양이익도 4500억원이나 된다. 허가만 받으면 대박이 날 수밖에 없는 개발사업의 전형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주택금융공사(LF)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주택금융공사의 대장지구 심사 문건에 따르면 이곳에 아파트를 공급하면 3개월 내 100% 분양률 달성은 무난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공사는 화천대유가 은행권에서 사업비를 빌릴 수 있도록 보증을 섰다. 심지어 미분양이 20% 발생해도 수익이 생긴다고 평가했다. 그러니 땅 짚고 헤엄치기다.

이렇게 쉽게 벌어 돈을 펑펑 지출한 건 국민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대리급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소식은 전 국민을 허탈하게 한다. 산업재해에 따른 보상이 포함돼 있다지만, 산업재해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무리 보상이 커도 2억원을 넘어가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의 딸이 대장동에서 분양받아 로또나 다름없는 8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도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3040세대의 분노와 한탄이 폭발하고 있다.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좋아하는 형님들을 (화천대유 법률단으로) 모셨는데 뜻하지 않게 구설에 휘말리게 돼 죄송할 따름”이라고 한 대목도 기가 찬 일이다. 부동산 개발회사로선 전례없이 30명에 가까운 고위 법조인을 영입한 화천대유는 이들에게 거액의 돈을 지급해 왔다. 곽상도 의원 역시 화천대유 관계자들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3500만원을 받았다. 김만배씨가 회사에서 대여금으로 인출한 473억원도 매우 이례적이다. 개인 자격으로 이렇게 많은 회삿돈을 가져다 운영비로 쓰는 전례가 없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는데, 아무도 잘못했다는 사람이 없다니 국민은 분통이 터진다. 수사기관은 시간 끌지 말고 신속하게 자금 흐름을 추적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분노가 보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