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대출까지 옥죄나…고승범 “금리·조건 유리하다는 지적 있어”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04

업데이트 2021.09.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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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전세대출 규제 카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를 올려 여유자금이 있는데도 전세대출을 받는 수요를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리라든지 (대출)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여러 문제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정해진 바 없다”고 한 데 비해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적격대출 중 고소득자 대출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적격대출 중 고소득자 대출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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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 배경으로 전세대출 증가를 꼽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28조6610억원)의 절반 이상을 전세대출(14조7543억원)이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전셋값 상승 외에 낮은 전세대출 금리가 전세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 이자가 신용대출보다 낮은 데다 한도도 높다 보니, 여유자금이 있어도 일단 전세대출을 받고 여윳돈으로 주식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수요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금리 인상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한 유력한 방안 중 하나가 전세대출의 보증 한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에서 대출금의 90% 이상 보증해 줘 금리가 낮게 책정된다.

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주금공이 보증한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평균금리는 연 2.56~3.04%로 신용대출 평균 금리(연 3.07~3.62%)보다 낮다. 보증 한도가 줄면 은행이 떠안는 리스크(위험)도 커져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대출 심사도 더 깐깐해져 대출 한도도 줄어들 수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금리는 오르고 한도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KB국민은행의 전세대출 관리 방안을 모범사례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낮은 금리를 찾아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대출을 중단했다. 대출 한도도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한편, 여유 자금이 있는데도 전세대출을 받는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 내부에서도 이르면 10월 초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전세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포함할지에 대해 갑론을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이달 초에도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검토하다 실수요자 보호 등을 이유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정책금융상품 중 고소득자도 이용할 수 있는 적격대출의 공급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적격대출은 보금자리론 등과 달리 연 소득 제한이 없이 무주택자가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다.

소득 제한이 없다 보니 고소득자의 대출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적격대출 중 연 소득 7000만원 이상 신규 차주의 비중은 2018년 17.9%, 2019년 22.8%, 2020년 28.8%로 오른 뒤 올해 7월 말 32.8%를 기록했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현재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다들 동의했다”며 “주금공은 정책 모기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배분해 가계부채가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되도록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소득 취약차주의 경우 대출 총량관리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정책금융기관이 취약차주에게 역량을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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