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불안한 중기 “바지사장 속출”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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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뉴스1]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뉴스1]

정부가 28일 국무회의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노동자 사망 사고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형사 처벌하는 법이다.

고동노동부의 시행령 입법예고 이후 논란이 일었던 중대재해로 보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는 원안을 유지했다. 급성중독이나 여기에 준하는 질병으로 한정하는 내용이다. 예컨대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환경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체온의 급격한 상승으로 사망하면 중대재해로 본다는 얘기다. 노동계가 요구한 과로나 난청, 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은 제외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급성’ 질환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경제계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보완 입법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경제계는 ▶중대재해의 정의 ▶의무 주체의 범위 ▶준수 의무의 내용 등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들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않은 채 시행령을 확정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시행령은 안전보건 의무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을 어떻게 준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법

중대재해법

전경련은 “경제계의 간절한 요청에도 시행령이 불명확성을 해소하지 못한 채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은 “모호한 규정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됨은 물론 경영 위축과 불필요한 소송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의의 기업인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안전보건 조치의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 부여 등 조치를 검토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향후 관계 부처의 법 집행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과잉처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이른 시일 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중소기업인들은 극도의 불안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99%는 ‘오너’가 대표”라며 “사업주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은 오히려 재해 예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최소 1년 이상 준비 시간을 줘야 한다. 사업주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면책이 가능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근로자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정부의 시행령안은 법의 실효성을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 현장에선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에서 회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익명을 원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협력업체에서 기존 대표가 물러나고 새로 대표를 선임하고 있다. 대부분은 ‘바지사장’(이름만 빌려준 사장)”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 협력업체 대표는 “아무리 예방을 해도 예기치 않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가 처벌을 받고 회사는 그 길로 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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