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도시 부산, 신종재난 ‘빌딩풍’ 피해예방 전국 첫 조례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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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때 창문이 깨지는 피해가 난 해운대구의 고층 아파트. 송봉근 기자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때 창문이 깨지는 피해가 난 해운대구의 고층 아파트. 송봉근 기자

지난해 9월 3일 태풍 ‘마이삭’이 부산 해운대를 덮쳤을 때 마린시티·센텀시티·달맞이 고개의 초고층 아파트 8곳의 유리창과 창틀 수백 개가 부서졌다. 지상의 나무 수백여 그루가 뿌리째 뽑히거나 넘어졌다. 일부 아파트의 옥상 출입문과 안테나 등이 파손되기도 했다. 4일 뒤 태풍 ‘하이선’이 왔을 때 역시 아파트 5곳의 유리창 수십 개와 나무 수십 그루가 파손됐다. 해운대구가 처음 집계한 ‘태풍 내습에 따른 초고층 빌딩 피해현황’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이전에는 빌딩풍 개념이 도입되기 전이어서 별도 피해 집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많은 부산에서 빌딩풍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례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된다.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부산시 의회는 지난 15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부산시 빌딩풍 예방 및 피해 저감에 관한 조례’를 가결했다. 이 조례는 29일 시행된다.

빌딩풍은 고층 빌딩 사이를 통과한 바람의 압력과 세기가 급증하는 현상이다. 바람이 소용돌이치거나 위로 솟구치면서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돌멩이 등이 날아다니며 건물 유리창을 부수거나 사람이 다치기도 한다. 빌딩풍은 고층 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에서 확인되며, 최근 ‘신종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례에는 ‘부산시가 빌딩풍 예방과 피해 저감을 위해 관련 시책을 발굴하고, 빌딩풍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분야별 추진과제, 협력체계 구축, 재원확보, 빌딩풍 예방 안전교육, 피해 실태조사 등이 포함된 ‘안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빌딩풍 예방 안전위원회를 두고 안전계획과 빌딩풍 예방·대비사업을 심의·시행해야 한다. 건축 등 개발사업을 하는 사업자는 ‘빌딩풍을 막는 데 필요한 방안을 마련하고, 부산시가 추진하는 빌딩풍 안전대책에 협조해야 한다’고 조례에 명시돼 있다.

이 조례는 50층 이상, 200m 이상 초고층 건물에 적용된다. 부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50층 이상 건물만 지난해 12월 기준 38동이나 된다. 그 가운데 28개 동이 해운대구에 있다. 하지만 부산에는 조례 적용대상이 아닌 49층 건물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21동이나 있다. 사업자들이 피난층 설치 같은 의무를 피할 수 있는 50층 미만 49층을 많이 지어서다.

조례를 발의한 김진홍 부산시 의원(동구 1, 국민의힘)은 조례 적용대상을 40층 이상 고층건물로 제안했으나 부산시가 예산확보 등에 난색을 보여 심의 과정에서 50층 이상으로 완화됐다. 김 의원은 “빌딩풍 조례는 시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적용대상을 40층 이상으로 향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운대구는 지난해 2월까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달맞이 고개 등 5개 구역에서 빌딩풍 유발요인을 찾아내고 바람직한 건물배치법을 검토하는 등 빌딩풍 기초연구를 했다. 행정안전부와 부산시는 빌딩풍을 재해의 한 분야로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내년 말까지 예정으로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 대응기술’용역을 진행 중이다. 예·경보를 발령하고 외국처럼 빌딩풍을 막기 위한 차단벽(통로) 설치, 건물 배치법 등을 연구해 빌딩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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