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중복 작동 막았더니…온실가스 배출량 9900t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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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달 말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으로 정했다. 기업들의 부담도 현실로 다가왔다. “달성할 수 없는 높은 목표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탄소 중립을 앞서서 실현하고 있는 기업·기관들도 적지 않다.

지난 10일 찾은 경기도 평택시 일진디스플레이 공장엔 7대의 대형 공기압축기(에어컴프레서)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연간 약 1970Mwh에 이르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 압축기들에 지난 2018년 ‘마스터 컨트롤러’ 1대와 ‘인버터’ 2대가 연결됐다. 공기압축기들의 에너지 총량을 감시하면서 중복으로 작동하지 않게 ‘지휘’하는 기계다. 9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후 공장 내 에너지 초과 공급분이 20% 이상 줄었다고 한다.

환경부가 소개한 온실가스 배출 선도기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환경부가 소개한 온실가스 배출 선도기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일진디스플레이는 컴프레서의 압력을 이용한 노즐형 수증기 가습 시스템도 도입했다. 공정상 남는 압력과 물을 분사해 공장 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8년 대비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9937t(33%) 감축해 정부 목표를 달성했다.

탄소 절감은 큰 공장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대형 사무실에선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건물 냉난방·조명 등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종합적으로 감시·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삼성생명은 2015년 서울 중구 삼성본관 건물과 서초구 사옥에 BEMS를 도입했다. 2018년 대비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만 5000t(17%) 줄었다.

LG전자는 태양광 전지 제조 공정에서 육불화황(SF6) 가스 감축 기술을 도입해 불화(F) 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본사 건물에 BEMS를 도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년 만에 60만7924t(47%) 줄었다.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지구 지표면 온도 상승 전망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지구 지표면 온도 상승 전망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웃 기업의 ‘남는 열’을 끌어다 쓰는 등 발상을 전환하는 사례도 있었다. 열을 생산해 공급하는 서울에너지공사는 타 사업장에서 미활용 열을 공급받는다. 공사 본부는 바로 옆 양천자원순환시설에서 나오는 소각열을 공급받고, 마곡 열병합 발전소는 인근 하수처리업체의 미활용 열을 받아 쓰는 식이다.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열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줄인다.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년 대비 6만 7777t(21%) 감축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을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2019년 온실가스 배출을 11만 7302t(11%) 줄였다.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다만 탄소배출 선도기업들도 “NDC 기준이 급격히 높아져 앞으로는 보다 많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제는 업계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대부분 공유돼 효율이 최적에 가깝다. 추가 온실가스 감축은 외부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민간기업 관계자도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친환경 설비 가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도 온실가스 감축 기업 인센티브를 강화할 계획이다. 전원혁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탄소중립 관련 기업 지원 예산이 올해 200억원에서 내년엔 900억까지 늘어난다. 올해는 탄소 감축 설비 투자금의 50%를 지원했지만, 내년부터 중소기업은 최대 70%까지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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