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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 신중 검토" 文 발언에…"환영" vs "식용견 구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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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7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때”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동물권단체와 육견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각에선 개 도축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이미 개 식용을 금지하자는 게 다수 여론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5월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개ㆍ고양이를 죽이고 그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생산ㆍ판매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8.1%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현재 식품위생법상 개를 식품 원료로 조리ㆍ유통하는 건 불법이지만, 개 식용 자체에 대한 금지 조항은 없다. 또한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는데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는 제외돼 있다. 그동안 개 도살ㆍ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인 상태로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개 농장 산업 규모, 약 2800억

현재 전국 1500만 개 사육 농가에서 기르는 식용 개는 100만 마리로, 연간 70만 마리가 판매된다고 한다. 마리당 보통 40만원 정도에 거래되며 개 농장 산업은 연간 약 2800억원 규모다.

육견인 단체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정부가 그동안 식용 개 농가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생계를 막으려 한다고 반발한다. 조환로 전국육견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78년도 이후에 축산물가공처리법을 개정하면서 개를 식품에서 삭제한 이후로 지금까지 무법지대에 방치해 왔다”며 “책임은 회피해놓고 식용 개로 먹고사는 농가들의 생계는 생각도 안 하고 금지한다는 것 자체가 ‘개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개 도축법? 세계적 흐름 거슬러”

 문재인 대통령의 '개고기 식용 금지 검토' 입장이 알려진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개고기 식용 금지 검토' 입장이 알려진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스1

식용 금지보다는 도축 관련 법을 마련해 잔혹한 도축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가 소나 돼지처럼 식용으로 소비되는 경우는 법을 마련해 고통 없이 도살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조환로 사무총장은 “개가 잔인하게 비위생적으로 도축된다고 얘기하는데, 우리는 정부에 그동안 도축장 허가를 내달라고 수없이 요구해 왔다”며 “소나 돼지처럼 우리도 법에 따라 가축이 고통을 안 느끼게 도살할 수 있게 규정을 만들어 주면 따르고 싶은데, 정부는 개가 축산물위생관리법 대상이 아니라서 못 내준다고 외면해왔다”고 했다.

동물권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개를 인도적으로 도살할 방법은 없으며, 개 도축법을 제정할 경우 개를 축산동물로 지정한 ‘제1호 공식 개 식용 국가’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개를 인도적으로 도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최근 개를 전기도살하는 것도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났다”며 “동물보호법을 위반하지 않고 도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개 식용은 금지돼 있는데 이를 허용하면 선진국으로 향하는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며 “합법적인 축산업에서 동물들이 고통 없이 도살되는 것도 아니다. 개를 합법 도축하면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개 식용을 인정하는 국가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 관련 단체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 관련 단체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림부 “부처ㆍ단체 간 충분한 논의 필요”

육견업체들은 개 식용을 금지할 경우 농장주들을 타축종으로 옮겨 가거나 폐업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 사무총장은 “개를 사육하기 위해 지어놓은 시설이나 장비들은 다 어떻게 하나. 전국 1500 농가를 3인 가족으로만 계산해도 4500명의 생계가 걸린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개 식용을 금지할 생각이 있으면 이해 당사자들을 불러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그에 걸맞은 대책이나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먹고 살 수 있도록 소든 닭이든 타축종으로 전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금지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와 관계 부처ㆍ단체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거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이 높지만, 법으로 금지해야 하냐는 데에는 상당수 국민이 반대 입장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육견 농장을 축산업의 한 축종으로 용인을 해왔는데 이를 법으로 금지할 경우 폐업이나 전업에 대한 보상이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 밖에도 개고기를 판매하는 식당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관계 부처, 동물보호단체 등과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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