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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미쓰비시 상표권' 첫 매각 명령…일본제철 재판도 영향

중앙일보

입력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빨간 옷) 할머니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 도쿄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요청서를 전달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빨간 옷) 할머니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 도쿄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요청서를 전달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특허권 매각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매각명령 이후에도 피해자들이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미쓰비시 측이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27일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92), 김성주 (92)할머니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ㆍ특허권 매각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상표권 2건과 특허권 2건에 대한 매각 명령으로 두 할머니가 일본기업으로부터 각각 2억973만여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매각명령은 지난달 대법원이 상표권·특허권 압류명령에 대한 미쓰비시 측의 재항고를 최종 기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양 할머니 등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손해배상을 이행하지 않는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국내 재산에 대한 압류명령과 매각명령 신청을 각각 대전지법에 냈다.

2019년 3월 시작된 압류명령 절차는 결과는 빠르게 났지만 ‘송달’이 문제가 됐다. 양 할머니가 낸 압류명령은 법원에서 일주일 만에 인용됐지만, 그해 4월 법원행정처를 통한 국제 송달 절차에 들어갔다.

사법공조를 통한 송달은 일본 정부의 소극적 태도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압류명령이 난 지 1년 6개월여 뒤인 지난해 10월에야 공시송달 절차가 진행됐다. 미쓰비시 측은 압류명령의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한 지난해 12월 항고했고, 항고와 재항고 사건도 모두 공시송달로 이뤄졌다. 지난 10일 압류명령 재항고 기각이라는 대법원 판단까지 첫 사건 접수로부터 2년 6개월, 불복 절차만 8개월가량 걸린 셈이다.

매각명령 전자송달로 전달…미쓰비시 측 불복절차는 남아

이번에 나온 매각명령은 송달 절차가 앞선 압류명령 때보다는 짧아질 전망이다. 매각명령 사건에서는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대리인이 선임돼 있기 때문이다. 매각명령 사건은 대전의 한 법무법인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대리한다. 매각명령은 전자송달되기 때문에 민사소송법상 14일 이후에는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국제 사법공조나 공시송달을 통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쓰비시 측의 불복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압류명령과 달리 매각명령은 확정돼야 그 효력을 가진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 측은 항고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앞서 압류 명령에 대한 항고와 재항고가 대법원에서 확정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매각명령에 대한 불복 절차가 시작되면 이번에도 최소 8개월 이상은 소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양 할머니 등을 대리하는 김정희 변호사는 “당장 내일이라도 배상이 이뤄졌으면 하는 할머니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짧지 않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만약 매각명령이 확정되면 법원이 정한 매각 방법에 따라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에 들어가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감정평가 후 경매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다.

포항지원에선 일본제철 주식 압류·매각 신청 사건 진행 중  

대전지법 외에도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전범 기업에 대한 국내 자산 현금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제철을 상대로 일본제철이 보유한 주식회사 PNR의 주식에 대해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포항지원은 압류명령을 인용했고 일본제철 측이 항고했지만, 항고심을 맡은 대구지법은 3건의 즉시항고 사건에 대해 지난달 11일 항고 기각 결정을 했다. 이 항고 기각 사건은 국제 사법공조를 통한 송달 절차에 들어가 있다. 송달 이후 대법원에서 재항고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주식에 대한 매각명령 신청 사건도 진행 중이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이국언 대표는 “대전지법 사건이 매각명령이 나온 첫 사건으로서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른 채권 회수 과정인 만큼 다른 지역 사건에서도 흐름이 쉽게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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