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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하드캐리? “日 좋아” 8%p↑…“中, 군사적 위협”은 17.5%p↑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민의 반일 감정이 줄고, 일본 국민의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등 양국 국민 간 관계 개선의 불씨가 포착됐다. 이는 한국민이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는 일본 겐론NPO와 함께 지난 8~9월 실시한 한ㆍ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기관은 2013년부터 매년 한ㆍ일 국민 각 1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 및 양국 현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 국민 1012명, 일본 국민 1000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지난 7월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인근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월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인근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①한국 내 반일 감정 줄었지만…

이날 동아시아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지난해 12.3%에서 올해 20.5%로 8.2%p 늘었다. 이에 따라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상 또한 지난해 71.6%에서 63.2%로 비슷한 폭으로 감소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지난해 25.9%, 올해 25.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부정적 인상은 46.3%에서 48.8%로 소폭 증가했다.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1년 새 빠르게 회복된 것에 비해 일본에서는 아직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기 주저하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대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 그래픽=김경진 기자=capkim@joongang.co.kr

상대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 그래픽=김경진 기자=capkim@joongang.co.kr

관계 개선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양국 국민의 답변 양상도 이와 맥락이 같았다.

한국에선 "한ㆍ일 대립을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해야 한다"(45.8%), "적어도 정치적 대립은 피해야 한다"(28.8%)를 비롯해 현재의 양국 대립 국면을 피해야 한다는 비중이 응답자의 74.6%였다. 일본에선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이 54.8%였다. 과반은 넘지만 한국 만큼 주류는 아니었다.

쿠도 야스시 겐론NPO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민의 반한 감정이 유지되는 데 대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기존 합의를 뒤집었으며 협상 상대로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이 일본 내에서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②기존 인식 안 쫓는 MZ 세대, 변화의 씨앗?

한국에서 대일 호감도가 늘고, 일본에서도 반한 감정이 주춤한 데 대해 동아시아연구원은 "한ㆍ일 간 서로의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MZ 세대' 청년층이 상호 간의 호감도를 견인하는 중심 세력"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응답자 중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비율은 34.5%로 일본 문화를 즐긴다는 한국 응답자(18%)의 두 배 가까이 돼다. 이는 일본 내 한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처럼 상대국의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응답자의 절반 정도(한국 41.5%, 일본 46.9%)가 18~29세 청년층으로, 연령대가 어릴수록 상대국의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대별 상대국 문화 즐기는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capkim@joongang.co.kr

세대별 상대국 문화 즐기는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capkim@joongang.co.kr

일단 상대국의 문화를 접한 뒤에는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응답자 중 대부분인 81.2%는 한류로 인해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25.8%)거나 "대체로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55.4%)고 답했다.
한국에서도 일본 대중문화를 즐긴다고 답한 응답자의 67.0%가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고 답했다.

또 일본 응답자들은 한류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일본 응답자의 64.6%는 "한ㆍ일관계가 악화해도 한류 소비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한ㆍ일관계가 악화할 경우 한국 대중문화 소비를 주저하게 된다"고 답한 비율은 18.0%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 응답자 중 49.5%는 "한ㆍ일관계가 악화될 경우 일본 대중문화 소비를 주저하게 된다"고 답했다. 개인의 문화 생활에 있어서도 한국 쪽이 더 쉽게 정치적 영향을 받는 셈이다.

상대국 문화에 대한 MZ세대의 개방적 태도는 고무적이지만, 이런 기류가 곧바로 정치적 갈등 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한류를 주로 즐기는 것으로 나타난 여성과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라며 "청년층의 의견이나 양국 간 호감도가 각국의 정치 시스템으로도 연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③반중감정 59.4%→73.8%

한ㆍ일 양국 간 상호 인식이 긍정적 전환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ㆍ미ㆍ일 삼각 군사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국 응답자는 지난해 53.6%에서 올해 64.2%로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각 안보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전년 대비 하락 추이를 보였는데, 올해 들어 'V자' 형태로 반등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같은 질문에 동의하는 응답자가 지난해 38.9%에서 올해 36.0%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 한국 내에서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는 현상과 상호 연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국가로 중국을 꼽은 한국인 응답자의 비율은 지난해 44.3%에서 올해 61.8%로 급증했다.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응답자의 비율도 2019년 51.5% → 지난해 59.4% → 올해 73.8%로 꾸준히 증가 추이를 보였고, 특히 최근 1년 새 크게 높아졌다.

손열 원장은 "한ㆍ미ㆍ일 3국 협력의 틀 속에서 한ㆍ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한국 내에 늘어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한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다"며 "중국을 위협으로 느끼는 한국 국민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미ㆍ일 등이 참여하고 있는) '쿼드(QUAD)' 관련 협력 필요성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가진 한국인. 그래픽=김경진 기자=capkim@joongang.co.kr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가진 한국인. 그래픽=김경진 기자=capkim@joongang.co.kr

반중 감정의 원인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응답자 중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이유를 묻자 "사드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행동 때문"(65.2%) 혹은 "한국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43.8%)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사드 보복 등을 문제 삼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줄었고(70.7%→65.2%),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35.3%→43.8%)

이와 관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최근 공세적인(assertive) 외교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과 관련해 "중국이 아직 우리에게 그렇게(강압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한국 국민의 인식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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