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탄소 감시, 옆 회사 폐열도 활용…'탄소중립'에 앞서가는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2021.09.28 17:04

업데이트 2021.09.28 18:09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말 통과된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으로 확정했다. 기업들의 부담도 추상의 영역에서 현실로 성큼 다가섰다. 일각에서는 "달성할 수 없는 높은 목표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앞서나가는 기업과 기관들도 적지 않다.

공장도 회사도 '새는 탄소' 감시 중 

지난 10일 찾은 경기도 평택시 일진디스플레이 공장엔 7대의 대형 공기압축기(에어컴프레셔)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력으로 따지면 연간 약 1970Mwh에 이르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 압축기들에 지난 2018년 9월 '마스터 컨트롤러' 1대와 '인버터' 2대가 연결됐다. 공기압축기들의 에너지 총량을 감시하면서 중복으로 작동하지 않게 '지휘'하는 기계다. 9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후 공장 내 에너지 초과 공급분이 2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지난 10일 찾은 경기 평택시 일진디스플레이 공장에 에어콤프레셔 7대의 에너지 공급을 지휘하는 '마스터 콘트롤러'가 설치돼있다. 에어컴프레셔들이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면, 마스터콘트롤러가 강제로 작동을 중단시킨다. 편광현 기자

지난 10일 찾은 경기 평택시 일진디스플레이 공장에 에어콤프레셔 7대의 에너지 공급을 지휘하는 '마스터 콘트롤러'가 설치돼있다. 에어컴프레셔들이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면, 마스터콘트롤러가 강제로 작동을 중단시킨다. 편광현 기자

일진디스플레이는 콤프레셔의 압력을 이용한 노즐형 수증기 가습 시스템도 도입했다. 공정상 남는 압력과 물을 분사해 공장 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존에 습도를 유지해주던 보일러 설비는 한겨울이 아니면 틀지 않게 됐다. 이렇게 해서 이 회사는 2018년 대비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9937t(33%)을 감축해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했다.

탄소 절감은 큰 공장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대형 사무실에선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건물 냉난방·조명 등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종합적으로 감시·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2015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삼성본관 건물과 서울 서초구 사옥에 BEMS를 도입했다. 건물 조명을 LED로 바꾸고 노후화 에너지 장비를 교체하는 작업이 자동화됐다. 2018년 대비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만 5000t(17%) 줄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LG전자는 공장과 사무실 모두에서 탄소 감축 성과를 냈다. 태양광 전지 제조 공정에서 육불화황(SF6) 가스 감축 기술을 도입해 불화(F) 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본사 건물에 BEMS를 도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년 만에 60만7924t(47%)이 줄었다.

"남는 열 삽니다" 에너지 공유도 활발

기업들이 물을 이용해 남는 열에너지를 주고받는 원리. 자료 서울에너지공사

기업들이 물을 이용해 남는 열에너지를 주고받는 원리. 자료 서울에너지공사

이웃 기업의 ‘남는 열’을 끌어다 쓰는 등 발상을 전환하는 사례도 있었다. 양천구 등 서울 시내에서 열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서울에너지공사는 타 사업장에서 미활용 열을 공급받고 있었다. 예를 들어, 공사 본부는 바로 옆 양천자원순환시설에서 나오는 소각열을 공급받고, 마곡 열병합 발전소는 인근 하수처리업체에서 나오는 미활용열을 받아 쓰는 식이다. 또한 민간 지역난방사업자인 부천 GS파워에서 쓰고 남아 버리게 되는 열도 구매해 쓴다.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열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줄인다. 서울에너지공사는 2018년 대비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6만 7777t(21%)을 감축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을 사용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를 기화시키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연소식 기화기를 해수식으로 대체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이 해수를 달구는 데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열을 받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2019년 온실가스 배출을 11만 7302t(11%) 감축했다.

지난 20일 찾아간 서울에너지공사 내부 시설의 모습. 이 통로를 통해 뜨거운 물이 이동하며 열 에너지를 교환한다. 편광현 기자.

지난 20일 찾아간 서울에너지공사 내부 시설의 모습. 이 통로를 통해 뜨거운 물이 이동하며 열 에너지를 교환한다. 편광현 기자.

"보다 많은 지원 필요"

다만 탄소배출 선도기업에서도 "NDC 기준이 급격히 높아져 앞으로는 보다 많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제는 업계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대부분 공유돼 효율이 최적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온실가스 감축은 외부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도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정부가 함께 비용을 부담해주어야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도 온실가스 감축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계획이다. 전원혁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탄소중립 관련 기업 지원 예산이 올해 200억원에서 내년엔 900억까지 늘어날 계획이다. 올해는 탄소 감축 설비 투자금의 50%를 지원했지만, 내년부터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 70%까지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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