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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차기 총리 내일 결정…‘개혁’ 고노, ‘당권’ 기시다 2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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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의 신승(辛勝)인가, 기시다의 역전승인가.
29일 실시되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 4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초반에는 대중들의 큰 지지를 받는 고노 담당상이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 18일 일본기자협회가 주최한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왼쪽부터). [AP=연합뉴스]

지난 18일 일본기자협회가 주최한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왼쪽부터). [AP=연합뉴스]

하지만 '자민당 개혁'을 내세운 고노 담당상의 승리를 막기 위한 당내 보수층의 결집이 시작되면서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고노 담당상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 투표까지 갈 경우, 2위 가능성이 높은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고노 담당상을 누르고 역전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고노, 의원·당원 합쳐 과반 못 미쳐 

일본 언론들이 자체 추산한 데 따르면, 현재 고노 담당상이 가장 앞서고는 있으나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382표, 당원·당우표를 382표로 환산해 총 764표 중 과반(383표 이상)을 차지한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1·2위를 놓고 국회의원(382표)과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부가 각 1표씩(47표)을 행사하는 결선 투표(총 429표)를 연다.

일본 100대 총리 선출 방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본 100대 총리 선출 방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도통신이 27일까지 국회의원 및 당원·당우 지지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선 고노가 300표를 넘어서 1위, 기시다가 230여표로 2위, 다카이치가 160표대 후반으로 3위, 노다 대행이 30표대 중반으로 4위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원·당우 투표에선 고노가 앞서지만 국회의원 지지에선 기시다가 130표대 중반으로 1위, 고노가 100표대로 2위였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한 국회의원은 약 20명. 고노가 부동표를 모두 가져온다 해도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다. 타 언론사의 판세 분석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판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판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2위가 맞붙는 결선 투표에선 의원 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지지가 높은 기시다가 유리해진다. 거기에 3위로 예상되는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자민당 내 보수표가 기시다로 몰리면 1차 투표를 뒤집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아베-아소'의 아성, 무너지나 

고노 담당상이 승리할 경우 지난 10여년간 일본 정치를 주도해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이른바 '2A' 체제에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고노가 내세운 '개혁'의 대상이 '2A' 중심의 기득권 체제이며, 이는 당 쇄신을 원하는 소장파 의원들이 지지를 받고 있다. 거기에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 온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고노 진영에 합류하면서 대결 구도는 분명해졌다.

2019년 10월 임시국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오른쪽) 당시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AP=연합뉴스]

2019년 10월 임시국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오른쪽) 당시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AP=연합뉴스]

하지만 반격이 거세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찌감치 자신의 정치 노선을 물려받은 다카이치 총무상을 지지하고 나선 아베 전 총리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 의회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다카이치 지지를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의원 및 당원·당우의 수가 몇 주 사이 급증해 1차 투표에서 기시다를 누르고 2위를 할 수 있단 예측까지 나온다.

자신에게 도전한 고노의 당선을 막으려는 아베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카이치가 1차에서 떨어지고 고노와 기시다가 결선 투표에서 겨룰 경우, 아베가 "기시다 지지"를 선언해 보수파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다. 1차에서 의원별 자율투표를 허용했던 파벌들이 결선에선 지지 후보를 단일화할 지도 하나의 변수다.

일반 여론은 "고노 지지" 

한편으론 곧 중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파벌보다는 '민심'을 따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정계 소식통은 "이번에도 당내 이합집산에 의해 국민들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총리가 선출되면, 여론이 악화해 선거에서 부담이 커진다"며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의 승리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8일 일본 기자협회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고노 다로(왼쪽) 행정개혁담당상과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토론에 앞서 직접 쓴 글씨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 일본 기자협회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고노 다로(왼쪽) 행정개혁담당상과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토론에 앞서 직접 쓴 글씨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반 여론은 고노 담당상에게 더 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25일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6%가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로 고노를 택했다. 이어 기시다(17%), 다카이치(14%), 노다(5%) 순이었다. 25일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가 '투표가 가능하다면 누구에게 표를 던지겠느냐'는 질문에 고노를 선택했다.

29일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인사는 오는 10월 4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중·참의원 표결을 거쳐 일본의 100대 총리가 된다. 1885년 취임한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로부터 시작해 지난해 취임한 스가 총리가 99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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