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대차, 英에 '에어택시' 전용 공항…2024년부터 하늘 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음을 잡는 자가 승자가 될 것이다.”

에어택시 업계가 비행소음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프로펠러를 활용한 비행체지만 도심에서 이동하기 위해서는 헬리콥터같은 강한 소음공해를 일으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30년간 전기 비행기와 드론을 연구한 위스퍼 에어로의 마크 무어 대표도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프로펠러의 소음을 해결하는 기업이 에어 택시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비행소음 일상 대화 수준까지 낮춰  

28일 NASA에 따르면 미 UAM(Urban Air Mobilityㆍ도심항공교통)서비스 회사인 조비 에비에이션이 개발 중인 에어택시용 항공기에 대한 성능 및 음향 테스트가 최근 2주간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했다. NASA는 특히 이동 음향 시설을 배치하고 50개 이상의 마이크 어레이를 구성해 다양한 비행 단계에서 항공기의 음향 프로파일을 측정했다. 시험을 진행한 데이비스 해켄버그 NASA 매니저는 “전국적인 개발 시험을 통해 AAM(Advanced Air Mobilityㆍ고등항공모빌리티)의 산업화 일정을 앞당길 것”이라며 “이번 테스트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인 행보”라고 소개했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시험 기체의 평균 소음이 55dB 수준이며, 500m 상공에 있을 때 지상 체감 소음은 45dB까지 줄어든다고 밝혔다. 55dB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발생하는 소음 수준이다. 헬리콥터의 평균 소음은 80∼85dB다.

테스트에 활용된 항공기는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5인용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다. 리튬이온전지에서 얻은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며 동체 위 6개의 원형 프로펠러로 움직인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지난 7월 1회 충전으로약 242km 비행에 성공하며 에어택시 세계 최장 비행 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는 조벤 비버트 최고경영자(CEO)가 2009년 창립한 스타트업으로 수직이착륙 항공기관련 특허를 약 20개 보유하고 있다. NASA까지 이 회사의 기체를 활용해 실증 테스트에 나서면서 가장 상업화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말 우버의 UAM사업부를 인수했고, 2024년부터 로스앤젤레스(LA)ㆍ댈러스ㆍ멜버른 등 3개 도시에서 시작될 우버 에어 서비스에 기체를 납품한다는 목표다.

한화시스템이 미국 오버에어와 공동개발 중인 '버터플라이'. [사진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미국 오버에어와 공동개발 중인 '버터플라이'. [사진 한화시스템]

300여 업체ㆍ기관 개발 경쟁  

에어택시 경쟁은 미국을 중심으로 뜨겁다.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은 물론 아처 에비에이션와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 등 세계적으로 약 300개 업체와 기관이 투자하고 있다. 독일의 볼로콥터는 2024년 파리올림픽 기간에  2인승 에어 택시로 승객을 실어나르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현대자동차ㆍ한화시스템ㆍ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함께 2019년부터 전기 수직이착륙기인 ‘오파브(OPPAV)’를 개발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오버에어와 함께 에어택시 ‘버터플라이(Butterfly)’ 공동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NASA 출신인 신재원 현대자동차 UAM 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세계지식포럼에서 “도시에서 진공청소기 소음 수준인 60~70dB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UAM 소음은 전기 추진을 이용하면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반-에어 포트가 설계한 UAM 허브 조감도. [사진 어반-에어 포트]

어반-에어 포트가 설계한 UAM 허브 조감도. [사진 어반-에어 포트]

현대차그룹, 영국에 첫 전용 공항   

에어택시가 뜨고 내리는 전용 공항 시설도 건설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영국 모빌리티 기업 ‘어반-에어포트’(Urban-Air Port)는 플라잉카 공항 ‘에어원’(Air One)을 영국 코번트리에 내년 초 오픈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 등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어반-에어포트는 향후 5년 동안 전 세계 200개 이상 플라잉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반-에어포트의 창립자인 리키 산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시에서 전동 비행 자동차와 드론이 날아다니는 미래가 곧 실현될 것”이라면서 “지상과 공중에 인프라 시설을 갖추지 않는다면 그런 미래는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의 미래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컨설팅업체 삼정KPMG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은 2040년 1조4740억 달러(약 174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용객도 2030년 1190만명에서 2050년 4억4470만명으로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신재원 사장은 “그동안 기체 개발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지만, UAM 생태계 전체가 같이 개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도 "기술 자체는 상당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에어택시의 소음기준과 같은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과 주변 인프로 구축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분야에서 보조를 맞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