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츄리닝과 '보이스' 점퍼…옷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1.09.28 14:03

업데이트 2021.09.28 14:32

오징어게임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감독 황동혁)과 극장가 흥행 1위 영화 ‘보이스’(감독 김곡‧김선)의 공통점은? 등장인물들이 유니폼 형태의 단체복을 입는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극장가 1위 '오징어게임' '보이스'
등장인물들 단체 유니폼 눈이 가는 이유는

지난 15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켜온 ‘보이스’에서는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국 본거지 콜센터 직원들이 공장 작업복 같은 붉은 점퍼를 입고 있다. 지난 17일 출시돼 전세계 넷플릭스 인기순위 1위를 고수 중인 ‘오징어 게임’은 살인 서바이벌 게임의 참가자 456명과 그들을 감시하는 ‘일꾼’들이 각각 초록색 체육복과 핑크색 방호복을 입어 강한 대비를 이룬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이 일명 ‘츄리닝’과 ‘보이스’ 콜센터 직원들의 작업복은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큼직한 고유 번호가 적혀 있다는 것도 겹쳐진다. 똑같은 차림 인물들이 거대한 ‘한몸’처럼 보여 시각적 압도감을 주는 동시에, 시청자 혹은 관객도 그 옷을 입으면 같은 입장에 서게 될지 모른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점도 닮았다.

넷플릭스 CEO도 입었다, 오징어게임 츄리닝 

지난 24일 넷플릭스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은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오징어게임’ 참가자들과 같은 츄리닝을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24일 넷플릭스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은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오징어게임’ 참가자들과 같은 츄리닝을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넷플릭스]

특히 ‘오징어 게임’ 참가자 츄리닝은 이미 글로벌 쇼핑 사이트 아마존에 판매상품이 나왔을 만큼 화제다. ‘오징어게임’이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처음 오른 지난 24일 넷플릭스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정엔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과 똑같은 초록색 츄리닝을 입은 사진이 올라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을 각본‧연출한 황동혁 감독과 ‘보이스’의 최의영 의상감독에게 27일 각 작품의 유니폼 비화를 들었다.

“이 정도 반응은 예상 못했다. 작품에 나오는 소품‧의상‧노래‧놀이들까지 쏟아지는 관심에 놀라고 감사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힌 황 감독은 “참가자들과 진행요원들 모두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군집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했다. “우리는 개성이 말살되어 가는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아를 잃어가고 어디서나 직함이나 그가 하는 일로 불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단체복들은 개성이 말살된 현대사회의 개인들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옷을 통해 주제가 가장 잘 표현된 대목으론 등장인물들이 “개미떼”처럼 줄지어 단체로 이동하는 장면을 꼽았다.

황동혁 감독 "개미떼처럼 개성 말살된 사회 상징" 

'오징어게임'의 일꾼들.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계급표시로 활용된다.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일꾼들.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계급표시로 활용된다.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등 동심의 놀이를 서바이벌 게임에 접목한 작품.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린다는 콘셉트에 맞춰 참가자들의 초록색 츄리닝은 황 감독 자신이 초등학교 시절 입었던 체육복 색깔을 되살려 만들었다. 일꾼들이 입는 점프수트는 원래 보이스카웃 복장으로 하려다 포기하고 의상감독과 자료사진을 살펴보던 중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사진에 영감을 받아 선정했다고 한다.

'오징어게임'에서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의상을 오마주한 대장 의상.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의상을 오마주한 대장 의상. [사진 넷플릭스]

가면 뒤에 숨어 무자비한 살인을 일삼는 일꾼들의 의상은 그런 행태와 상반되는 ‘핫핑크’를 일부러 골랐다. “부드럽고 익살스러우며 천진난만한 아이스러움이 느껴지는 색인 데다, 초록색과 대비도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운동회에 참가한 아이들과 놀이동산의 안내자 같은 느낌의 대비라고 보면 된다”고 그는 말했다. 게임을 총지휘하는 대장의 가면과 의상은 ‘스타워즈’ 악당 다스베이더의 오마주였다. “약간의 인격을 부여하는 가면이면서도 뒤에 준호와의 사연이 있어 더 어울릴 것 같았죠.”

'보이스' 붉은 마트점퍼…돈에 환장한 그들 작업복

영화 '보이스'는 상상 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를 드러낸다. [사진 CJ ENM]

영화 '보이스'는 상상 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를 드러낸다. [사진 CJ ENM]

‘보이스’에선 유니폼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덩치’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됐다. 김곡‧김선 감독은 개봉 전 간담회에서 “보이스피싱은 여전히 그 실체가 다 파악되지 않아 형사들에게 전해들은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상으로 구현했다”고 전한 바다. 극중 콜센터가 하루 수백억원이 오가는 범죄 공간인 만큼 외부와 단절되고 통제된 공간이란 설정이다.

최의영 의상감독은 “극중 범죄 공간이 버려진 마트였다는 설정 아래 마트 작업복의 개념으로 접근했다”면서 “통일된 복장과 규모감이 주는 공포를 염두에 두고 의상을 디자인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유니폼의 붉은 색감은 “돈에 환장한 그들의 열망‧열기를 나타낸 것”이다. 콜센터가 초토화된 장면에선 이런 강렬한 색감의 인물 군집이 흐트러지면서 그 혼란상이 강조되는 효과도 냈다.

"그 옷 입으면 일원 될 것 같은 공감 일으켜" 

'보이스'에선 보이스피싱 조직이 체계적으로 분업화된 기업처럼 묘사된다. [사진 CJ ENM]

'보이스'에선 보이스피싱 조직이 체계적으로 분업화된 기업처럼 묘사된다. [사진 CJ ENM]

등장인물의 유니폼이 눈길을 끈 사례론 넷플릭스 스페인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이 대표적이다. 지난 3일 시즌5가 출시된 이 범죄 드라마는, 상상 초월 인질극을 벌이는 주인공들의 빨간색 점프수트와 살바도르 달리 가면이 작품의 세계적 흥행과 함께 트레이드 마크로 등극하며 할로윈 의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개봉한 공포영화 ‘방법: 재차의’에서도 되살아난 시체 군단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법 생체실험의 희생양이 됐다는 사연과 함께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몸짓으로 움직여 인상적인 군무 액션을 펼치기도 했다.

최 의상감독은 이처럼 “규제와 통제에 맞선 혼란을 주기 위한 장치로 통일된 유니폼 복장이 많이 활용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작품을 보는 이들도 그 옷을 입으면 그들의 일원이 될 것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유니폼의 ‘동일시 효과’가 주는 몰입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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