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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암호화폐 특강한 미국인, 박원순 서울시와 협력 추진했었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2019년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 웹사이트의 모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연합뉴스]

북한의 2019년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 웹사이트의 모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연합뉴스]

2019년 평양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해 암호화폐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전수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인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가 처음 열린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고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이더리움(ETH) 개발자였던 그리피스는 미국의 대북 제재법에 해당하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IEEPA에 따르면 미국 시민은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허가 없이 상품·기술·서비스 등을 북한에 제공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재판 과정에서 그리피스가 2018년 북한에 '이더리움 노드'를 구축하는 문제와 관련해 한국 서울시의 도움을 받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VOA 보도에 따르면 그리피스 변호인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인 뉴욕 남부 연방검찰은 지난 26일 그리피스가 회사 직원 등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휴대전화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그리피스는 2018년 8월 17일 이더리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대화를 나누면서 '서울시장'을 언급한 뒤 "그는 이전에 북한에 노드를 도달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그리피스는 "한국은 그런 제재를 위반하는 게 허용되는 것 같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밖에 당시 이메일 기록에도 그리피스가 서울시와 협력을 추진한 정황이 상세히 담겼다. VOA에 따르면 이더리움 관계자로 보이는 인물은 이메일에서 서울시와 협의 사실을 확인하며 "(서울의) 이더리움 연구센터에 대한 지원과 북한에 연구시설을 설치하는 문제가 언급됐다"면서 "100% 확정된 제안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피스가 한국과 북한을 잇는 가상 화폐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데, 서울시 측이 실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2018년 당시 서울시장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VOA도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리피스가 한국과 북한에서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추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서울시장과 서울시 정부 등의 도움을 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리피스는 미 국무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019년 4월 무단으로 평양에서 열린 블록체인·암호화폐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블록체인과 평화'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제재회피와 자금세탁에 대한 조언을 한 혐의로 2019년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관할하고 있는 뉴욕 남부 연방법원은 그리피스가 이날 혐의를 인정하고 형량조정협상(plea deal·피의자가 범죄혐의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감경 또는 감면해주는 제도)을 요청함에 따라 재판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리피스는 미국의 사전형량조정제도에 따라 정식 공판절차 없이 형량을 받게 된다. 그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 18일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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