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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대 사기' 빗썸 첫 재판…재판부 "곤란" 변호인에 경고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재판 지연행위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28일 1000억원대 규모의 가상화폐 사기 혐의를 받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실소유주 이모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첫 재판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이 한 말이다. 이 전 의장이 재판을 지연시켜 재산을 은닉하는 등 피해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전 의장 측은 “재판을 지연하려는 게 아니고 변호사 선임과정이 길어져 기록을 늦게 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뉴스1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뉴스1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허선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의장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병건 BK 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와 공동 경영을 제안하면서 이른바 빗썸코인(BXA)을 발행해 빗썸에 상장시키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달러(1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의장 측, 피해자 변호인과 ‘신경전’

김 회장 측 변호인은 ‘신속한 재판’을 강조했다. 김 회장 측 변호인은 발언 기회를 얻고 “김 회장은 1000억대의 천문학적 피해를 입었고 이 전 의장이 코인 상장을 장담해 (투자자) 30여명이 222억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며 “공판준비기일이 2개월 전에 정해졌는데도 이 전 의장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흘 전에 변호인을 교체했다. 재판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다”라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국내재산을 빼돌려서 피해회복을 하지 못하면 엄정한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어 사법정의가 조롱받을 것”이라며 “오늘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하고 재판이 공전되는 일이 없도록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재판에 앞서 7차례에 걸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 뉴스1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 뉴스1

그러자 곧바로 이의를 제기한 이 전 의장 측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이) 재판 절차에 관한 내용이 아닌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되는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재판부의 예단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 만큼 자제해달라”며 피해자 측 변호인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증거기록이 40권에 달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재판부 “시간 많이 주기는 곤란”

검찰 역시 이 전 의장 측 변호인도 관련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며 신속한 재판을 요청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이 사건은 7월 초 기소가 됐고 그 사이 법원 휴정기와 더불어 추석 명절이 있어서 피고인에게 충분한 검토 기회를 줬다”며 “증거기록이 적은 분량은 아니지만 (검찰 측에서) 의견서가 반이라고 하니 많은 분량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을 많이 주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의장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오는 11월 8일로 지정했다. 이날 공판기일에는 피해자 김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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