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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 주고 산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 AI는 ‘가짜’ 판명

중앙일보

입력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으로 알려진 '삼손과 데릴라'. 영국 내셔널 갤러리 홈페이지 캡처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으로 알려진 '삼손과 데릴라'. 영국 내셔널 갤러리 홈페이지 캡처

영국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한 17세기 유명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걸작 ‘삼손과 데릴라’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부터 가짜 판명을 받았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및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내셔널 갤러리의 이 그림은 최근 AI 분석 결과 가짜 판정됐다.

내셔널 갤러리는 지난 198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250만파운드(약 40억원)라는 당시 기록적인 가격으로 삼손과 데릴라를 사들였다. 이 그림은 삼손이 데릴라의 품에 자고 있고, 데릴라의 공범이 삼손의 초인적인 힘을 없애기 위해 그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 등이 담겼다.

그간 일부 전문가들은 이 그림에 대해 ‘루벤스의 작품이 아니다’라고 주장, 논란이 됐었다. 그림에 쓰인 색감이 루벤스의 특징과 다르고, 구성 등이 어색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후 스위스 회사 ‘아트 레커니션’과 카리나 포포비치 박사는 함께 조사를 진행했다.

AI 프로그램에는 개별 예술가들의 독특한 붓 터치 방식을 포함해 세부적인 기법 등이 입력돼 있다. 이어 대상 작품 전체를 스캔한 뒤 진위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진품으로 판정된 148점의 루벤스 그림과 해당 그림을 AI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그림은 진짜가 아닐 확률이 91%로 나왔다고 한다.

포포비치 박사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며 “결과에 충격 받았다”고 밝혔다.

AI 분석을 거친 또 다른 루벤스의 작품 ‘이른 아침의 헷 스테인 풍경’은 진짜일 확률이 98.76%로 나와, 진품 판명을 받았다.

내셔널 갤러리 측은 “우리는 항상 새로운 연구에 주목한다”라며 “어떤 증거도 적절히 평가될 수 있도록 발표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때까지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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