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모든 것] 8. 치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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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연합뉴스

중앙일보 코로나19 아카이브 ‘코로나19의 모든 것’

코로나19 팬데믹 정보를 한 곳에 모았습니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1년 9개월 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발자취를 담은 중앙일보만의 ‘백과사전’입니다. 코로나19 기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변화, 백신 접종 현황까지 우리가 어떻게 코로나에 대응해왔는지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방역을 둘러싼 논란과 사회ㆍ경제ㆍ문화적 변화까지 총 12개의 주제로 나눠 코로나19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더 궁금한 내용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확인 후 빠르게 답변 드립니다.

1) 게임 체인저 

2009년 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 즉 신종 인플루엔자 A(H1N1)는 그해 3월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고 그해 말 거의 종식됐다. 신종플루가 감기와 비슷한 신세로 전락한 이유는 두 가지 덕분이다. 하나는 백신, 다른 하나는 치료제이다.

신종플루 치료제는 항바이러스 제제 타미플루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의 치료제로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1996년 개발했다.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수요가 급증했으며, 한국에서도 신종플루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이 이뤄져 효과를 발휘했다. 치료제뿐 아니라 한국의 제약회사인 녹십자GC가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도 성공했다.

타미플루

타미플루

신종플루가 발발했을 때 정체를 잘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돼지 인플루엔자(swine flu)로 불렀다. 돼지 농가의 반발 때문에 이름이 신종플루로 바뀌었다.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발했을 때 정체가 뭔지 아무도 몰랐다. 정체를 알아야 약이든 백신이든 동원할 수 있다.

신종플루의 경험을 토대로 따져보면 백신만으로 퇴치하기 어렵다. 타미플루 같은 혁신적인 약이 나와야 한다.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유행하는 독감(계절 인플루엔자)을 보면 알 수 있다. 독감에 걸리면 타미플루를 하루 이틀 먹으면 정말 신기하게 증세가 호전된다. 백신은 감염을 막아주거나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악화하고 사망하는 걸을 줄여준다. 이것만으로 안 되니까 타미플루 같은 혁신적인 약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발발 1년 반이 지났지만, 타미플루 같은 게임 체인저(상황을 완전히 반전시키는 약)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치료제로 효과를 내는 약이 렘데시비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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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렘데시비르의 등장

2020년 5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 사용허가를 승인했다. 사실상 코로나19의 첫 표준 치료제가 됐다. 이 약은 미국의 길리어드사 제품으로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효능을 보였다. 미국이 표준 치료제로 인정하면서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처방됐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주도한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환자의 회복시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4일 단축의 의미가 적지 않다.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 산소 같은 의료 자원의 여유가 생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10월 이 약을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사용승인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평소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극찬해 왔으나 정작 본인이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감염되자 이 약을 투약받았다. 한국에서도 2020년 6월 식약처가 특례수입을 승인했고 7월부터 환자에게 투여하기 시작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 29일 기준 렘데시비르는 130개 병원 1만31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렘데시비르

렘데시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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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약의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WHO가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 등 여러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이들 약물이 입원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거나 환자 입원 기간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과학⌟(서울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 발간)에서 “항HIV(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의 역사에서도 첫 치료제가 나온 이후 약물을 꾸준히 개선하여 더욱 안전한 많은 치료제가 개발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앞으로 제2세대, 3세대 약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 바이러스 증식 과정의 다른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와 인체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약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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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항체 치료제, 혈장치료제의 등장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2월 5일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960mg(성분명 레그단비맙)의 사용을 허가했다.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부 허가였다. 렉키로나주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중화항체 유전자를 선별하고 이 유전자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숙주세포에 삽입(재조합)하여 세포 배양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유전자재조합 중화항체 치료제이다. 효능‧효과는 60세 이상 또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경증·중등증 성인(18세 이상) 환자의 임상 증상 개선이다. 성인 체중 1kg당 40mg을 90분(±15분)간 정맥으로 주사한다. 렉키로나주는 세계 세 번째 검증을 받은 항체치료제이다. 이 약은 1시간 이상 주사 맞아야 하고, 가격이 약 40만원에 달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 29일 기준 렉키로나주는 85개 병원, 7829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미국의 리제네론이라는 항체치료제는 2020년 11월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중증 코로나19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성인 및 소아 환자의 경증 및 중등도 코로나19 치료제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혈장치료제도 의료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아직 사용승인을 받지는 않았지만, 임상시험 목적 이외 치료 목적으로 쓰인다. 식약처가 47건을 승인해 사용했다. 치료 목적 사용은 다른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에게 허가 전에 쓸 수 있는 제도이다. 한국의 녹십자GC가 개발하고 있는데, 혈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대중적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녹십자의 치료제 나파벨탄은 결국 임상 2상 실험 후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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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약 형태의 치료제  

렘데시비르나 렉키로나주는 주사제라서 사용하기 불편하다. 간단하게 먹는 알약 형태가 훨씬 편리하고 복용하기 쉽다. 이런 약을 개발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힘을 쏟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2021년 7월 환자들을 대상으로 2·3상 시험에 착수했다. 2021년 4분기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제약사 머크(국내 사명 MSD) 본사. 사진 머크

미국 제약사 머크(국내 사명 MSD) 본사. 사진 머크

다국적 제약사 머크(Merck)는 바이오벤처와 함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의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이 제품은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두 번 5일간 복용하면 된다. 몰누피라비르는 2021년 9~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이미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들여 몰누피라비르 170만개에 대한 선 구매 계약을 했다. 환자 1인당 약 700달러(80만원)의 가격이다.

일본 제약사 시오노기는 2021년 7월 코로나19 알약 치료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는 하루 1정 복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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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내 제약사의 개발 동향

한국 식약처가 국내 업체들의 치료제 개발을 돕고 있다. 이미 나와 있는 약물을 코로나19에 써보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런 회사가 17곳이다. 신약 치료제에 뛰어든 회사가 29곳이다. 그러나 2021년 9월까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를 제외하고는 사용승인을 받은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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