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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 없는 친구가 췌장암 3기입니다…둘은 더 환히 웃었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사연을 모십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인생 사진'에 응모하세요.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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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마감: 9월 30일

함께 꿈을 키웠던 학교의 모습도 지금은 변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싹튼 둘의 우정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함께 꿈을 키웠던 학교의 모습도 지금은 변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싹튼 둘의 우정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해 마흔 살인 정재호입니다.
저에겐 고등학교 동창인
가장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항상 붙어 다녔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우정이 변치 않은 채
지금껏 만나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작년 10월에
췌장암이라는 아주 좋지 않은 판정을 받았습니다.
친구 말에 따르자면
판정받을 당시 췌장암 3기여서
완치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 친구도 몇 달간의 항암 치료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상태고,
가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치료 중인 제 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네요.

그래서 제겐 둘도 없는 친구,

김성수와 함께 우정 사진을 찍어주십사 요청합니다.

우정 사진으로 친구에게 힘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정재호 올림


재호씨가 친구 성수씨에게 바라는 건 속히 건강을 다시 찾는 겁니다. 저 또한 성수씨의 건강이 회복되어 이렇듯 환한 우정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재호씨가 친구 성수씨에게 바라는 건 속히 건강을 다시 찾는 겁니다. 저 또한 성수씨의 건강이 회복되어 이렇듯 환한 우정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연 당첨 소식을 전하며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공간이 있는지
정재호씨에게 물었습니다.

첫 번째로 기억하고픈 공간이
안산강서고등학교였습니다.
그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곳이며,
우정이 오롯이 싹튼 곳입니다.

두 번째 공간이
학교 앞 골목 떡볶이 가게라 했습니다.
학교 바깥에서 늘 함께 만났던
그들의 아지트인 거죠.
이른바 참새 방앗간 격인 겁니다.

세 번째 장소가
선부 다이아몬드 공원이라 했습니다.
밤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곳인 겁니다.

그들과 함께 그들의 추억의 공간으로 찾아갔습니다.
먼저 학교였습니다.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 걸어오는 두 친구,
겉보기엔 너무나 멀쩡해 보였습니다.

아픈 성수씨가 검은 모자를 눌러쓰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조심스럽게 성수씨에게
건강 상태가 어떤지 물었습니다.
“작년 10월 수술받은 후,
30여 차례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항암 치료받고 나면
며칠간 집에서 거의 누워 있어야 합니다.
겨우 움직이고 밥 먹고 씻는 정도만 하죠.
지금은 항암을 한주 건너뛰었으니
그나마 멀쩡히 다닐 수 있는 겁니다.”

겉으로만 멀쩡할 뿐
아직도 험난한 치료의 길에 있는 겁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췌장암 같은 경우는
치료 목적이 아니라 연명 목적으로
항암 치료를 한다고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얘기해요.
근데 저나 우리 가족들은
완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치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곁에서 재호씨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제겐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에서 4년, 말레이시아에서 3년 있다가 온 터라서요.
이런 저와 달리 이 친구는 성격이 워낙 좋아서
친구가 두루두루 있어요.
항상 친구들의 구심점이 되는 친구예요.
제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친구니
반드시 완치되었으면 합니다.”

“둘은 어떻게 친해졌나요?
사실 둘이 키 차이가 제법 있던데….
보통 비슷한 친구끼리 친해지지 않나요?”

“재호가 제 가방 좀 들고 다녔죠”라며
성수씨가 답했습니다.

“하하 농담이에요.
사실 지금도 둘이 친해진 계기를 모릅니다.
가끔 둘이 이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는데도
둘 다 계기를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같이 과외를 받으며
붙어 다니다 보니 더 친해진 거 같아요.
분명한 건 지금도 친하다는 사실입니다.”

학교 이름이 보이는 담벼락에선 두 친구, 어느새 그 시절 기억으로 돌아가 환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학교 이름이 보이는 담벼락에선 두 친구, 어느새 그 시절 기억으로 돌아가 환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학교 이름이 보이는 담벼락에서 사진을 한장 찍자며
두 친구에게 제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둘이 흔쾌히 좋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우정이 시작된 학교 이름이 있으니 좋네요.
그런데 둘이 함께 뒷담 넘은 적도 있어요.
후다닥 야식 먹고 오려고요. 하하하”

재호씨는 더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사진 찍는 내내 성수씨를 웃게 하였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재호씨는 더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사진 찍는 내내 성수씨를 웃게 하였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학교 운동장 또한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둘 다 축구를 아주 좋아했답니다.
운동장에 선 그들,
기억이 새록새록 돋는 모양입니다.

흥겹게 운동장을 걷고
조금 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좀 무리였나 봅니다.
성수씨가 얼른 그늘로 들어가 주저앉았습니다.
재호씨도 걱정스러운 듯
얼른 친구의 몸 상태를 체크했습니다.
다행히도 별 탈 없었습니다.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다녔던 그 골목은 기억조차 다시 더듬어야 할 만큼 변했습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다녔던 그 골목은 기억조차 다시 더듬어야 할 만큼 변했습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학교 앞 떡볶이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들 추억의 장소는 이미 없어졌습니다.
떡볶이 가게뿐만 아니라
돈가스 가게며 죄다 없어졌습니다.
설마 했는데 골목 상가가 다 변한 겁니다.
둘은 추억의 골목에서 셀카로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지금은 선부 지하철역이 생겼습니다만, 드넓었던 선부 다이아몬드 공원 잔디밭에 앉자마자 그들은 그 시절의 추억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금은 선부 지하철역이 생겼습니다만, 드넓었던 선부 다이아몬드 공원 잔디밭에 앉자마자 그들은 그 시절의 추억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마지막 장소는 선부 다이아몬드 공원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미팅도 했던 기억의 장소입니다.
여기도 많이 변했습니다.
공원 중앙엔 선부 지하철역이 들어섰습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그들이 남기고 싶었던 추억의 장소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다만 다행히도 그대로인 건 있었습니다.
이날 서로 확인한 둘의 우정입니다.

아픈 데도 어떻게든
둘의 사진을 남기러 나온 성수씨,
사진 찍는 내내 자신은 망가져도 좋다며 한 재호씨,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성수씨를 웃게 한 재호씨,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끈끈함,
그것만큼은 그대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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