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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족발집에 소녀팬 북적…'설스타' 설영우

중앙일보

입력

설영우가 팬들이 울산 구단 클럽하우스에 보내준 커피차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설영우]

설영우가 팬들이 울산 구단 클럽하우스에 보내준 커피차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설영우]

올 시즌 프로축구 울산 현대 홈 경기가 끝나면 울산의 한 족발집에는 소녀팬들이 몰린다. 울산 측면 수비수 설영우(23) 이름이 새겨진 울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설영우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란 게 알려진 뒤 ‘성지’처럼 방문한다.

박형식 닮은꼴 '울산 아이돌' #팬들이 구단에 커피차 보내줘 #광주전 택배 크로스로 도움 #풀백 전향, 고 유상철 덕분

설영우는 제국의 아이들로 활동했던 배우 박형식을 닮아 ‘울산 아이돌’, ‘울산 박형식’이라 불린다. 올해 여성 팬들이 구단 클럽하우스에 커피차만 두 차례 보냈다. ‘내 심장은 오직 설영우한테만 설레임’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팀에서 ‘설스타’로 통한다. 팀에 조현우와 이청용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많은데, 설영우는 유니폼 판매량이 최상위권이다.

설영우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아버지한테 족발 매출에 기여했으니 인센티브를 달라고 했다. 난 갓 프로 2년 차인데 유니폼을 많이 팔아 구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다”고 농담하면서 “커피차가 비쌀텐데 보내주신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홍)철이 형은 ‘팬인 척하고 네가 보낸 거 아니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설영우는 도쿄올림픽을 함께 다녀온 울산의 이동준, 원두재, 이동경(이상 24)과 함께 ‘설이원이’, ‘F4’라 불린다. 설영우는“제가 넷 중에 축구 실력은 꼴찌지만, 외모는 제일 낫지 않나. 외모 2등은 두재 형”이라고 했다.

프로축구 울산의 설영우와 이동준, 원두재, 이동경(왼쪽부터)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울산의 설영우와 이동준, 원두재, 이동경(왼쪽부터) [사진 프로축구연맹]

설영우는 지난 25일 광주FC전에서 ‘택배 크로스’로 이동준의 다이빙 헤딩골을 도우며 1-0 승리에 기여했다. 설영우는 “내가 크로스가 좋은 선수가 아닌데, 골대 주변에 동료들이 많아 그 쪽으로 올렸다. 동준이 형이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헤딩력과 점프력이 워낙 좋다. 형한테 초밥을 사달라고 해야겠다”고 했다.

울산에는 국가대표 풀백 홍철과 김태환이 있는데도, 설영우는 올 시즌 24경기(1골-2도움)에 출전했다. 설영우는 주로 왼쪽 풀백으로 나서는데, 오른발잡이라서 한번 접고 크로스를 올려 한 템포 느리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영민 해설위원이 지난 5월 울산-수원 삼성전 해설 도중 그의 지나친 오른발 의존을 지적했는데, 설영우가 후반전에 오른발로 프로 데뷔골을 터트렸다.

설영우는 “현 위원님도 선수 시절 울산에서 오른발잡이인데 왼쪽 풀백을 봤다.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고 요즘 왼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몸을 푸는데 현 위원님이 지나가면서 ‘설영우 화이팅’이라고 해주셨다”고 했다.

지난 5월 수원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는 설영우. [뉴스1]

지난 5월 수원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는 설영우. [뉴스1]

현대고 시절 윙포워드였던 설영우는 울산대 1학년 때 사이드백으로 전향했다. 멀티 플레이어였던 고 유상철 당시 울산대 감독이 권유했다. 설영우는 “당시 사이드백 3명이 부상 당하자, 유 감독님이 방으로 불렀다. 나도 감독님처럼 되고 싶었다”고 했다.

설영우는 양쪽 풀백, 양쪽 윙어 등 4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볼 간수를 잘하며 상대 공격을 예측해 차단한다. 다만 러닝 크로스가 약하다. 설영우는 “훈련 때 형들이 날 붙잡고 훈련 시켜준다. (홍)철이 형은 ‘왼발은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파라’고 장난친다. 난 축구를 양반처럼 해왔는데, 태환이 형의 터프한 면을 배우고 있다. 피지컬과 근력도 보완하려 한다”고 했다.

설영우 등 번호는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같은 66번이다. 설영우는 “아버지가 태어난 해(1966년)이자, 가장 좋아하는 동갑 선수 아놀드의 등 번호다. 아놀드가 사이드백인데도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한다”고 했다.

울산은 2위 전북과 승점 1점 차로 치열한 우승 경쟁 중이다. 설영우는 “지난 2년간 선두를 달리다가 막판에 잡혀 우승을 놓쳤다. 올해 홍명보 감독님이 온 뒤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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