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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사면 주식 준다…5만개 완판시킨 이색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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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BGF리테일과 하나은행은 서울 송파구에 이르면 내달 ‘CU X 하나은행’ 금융 특화 편의점을 열 예정이다. [사진 BGF리테일]

BGF리테일과 하나은행은 서울 송파구에 이르면 내달 ‘CU X 하나은행’ 금융 특화 편의점을 열 예정이다. [사진 BGF리테일]

올해 들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업계와 편의점 간 공동 마케팅이 부쩍 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면 주식을 주고, 편의점 안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마련하는 식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며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고 있는 게 업계의 요즘 고민거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 고객이 내방해야 금융 상품도 소개하고 영업 활동을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고객이 줄었고, 특히 10~20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유치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계속 찾고 있고, 편의점과 협업은 그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하나은행과 손잡고 다음 달 서울 송파구에 ‘금융 특화 편의점’을 연다. 편의점에 단순히 현금 인출기를 갖다놓는 게 아니라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보안카드(OTP) 발급 등 은행 영업점을 가야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가능하도록 전용 공간을 마련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 존에 종합 금융 기기 STM(Smart Teller Machine)이 설치돼 은행 상담원과 직접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 간 협업 점포인 만큼 간판엔 ‘CU x 하나은행’ 표기가 들어간다. 편의점 인기 상품과 하나은행 금융 상품을 결합한 구독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은 신한은행과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5월 편의점 기반의 금융 서비스 제휴를 하기로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다. CU·하나은행 사례처럼 GS25에서 고객과 신한은행 직원이 온라인 양방향 소통을 통해 금융 업무가 가능하도록 편의점에 ‘디지털 데스크’ 공간을 두기로 했다. 양사는 이런 혁신 점포를 금융 업무 사각지대에 놓인 격·오지와 도서 지역부터 연내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점에서 직원이 ‘주식 도시락’을 진열하고 있다. 이 도시락에는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 등 9개 기업의 주식 중 1주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이 랜덤으로 동봉돼 있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점에서 직원이 ‘주식 도시락’을 진열하고 있다. 이 도시락에는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 등 9개 기업의 주식 중 1주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이 랜덤으로 동봉돼 있다. [뉴스1]

편의점을 통한 주식 계좌 개설과 보험 판매도 활발하다. 이마트24는 지난 7월 하나금융투자와 이색 마케팅을 벌여 양사 모두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이마트24에서 도시락 구매 후 하나금융투자 신규 계좌를 개설하면 10여개 기업의 주식 한 주씩을 주는 이벤트였다. 모두 1만주를 내걸었던 1차 이벤트는 3일 만에 종료됐고, 고객의 추가 요청에 2만주를 내건 2차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은 1, 2차 합쳐 5만여 개가 판매됐고, 하나금융투자의 신규 계좌 2만5000여개가 개설됐다”며 “양사 모두 젊은 층 고객의 호응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지난 2월부터 CU의 모바일 앱 ‘포켓CU’에서 계좌 개설을 하면 CU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제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화재도 CU 내 택배 기기를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금융업계 입장에선 모바일 뱅킹 이용 확대로 신규 고객 유치가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에서 편의점과의 금융 서비스 협업은 이득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금융 업무의 대표 채널인 은행만 해도 점포 수가 매년 줄고 있다. 모바일 뱅킹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커지는데 관리 비용이 들어가는 점포를 계속 운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은행(시중·지방·특수) 점포는 총 6326개다. 올해 상반기에만 79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에도 304곳이 문을 닫았다. 국내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만 해도 7281개에 달했다.

하지만 점포 통폐합은 내방 고객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고, 영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래 잠재 고객인 10~20대 젊은 층은 모바일 뱅킹에 익숙해 접촉면이 거의 없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카카오 등 빅 테크가 금융업까지 진출하는 등 추격이 거세 주요 은행마다 MZ세대 고객을 선점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 점포건수 및 인터넷 뱅킹 이용 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은행 점포건수 및 인터넷 뱅킹 이용 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은 MZ세대가 즐겨 찾는 유통 채널로, 고객 유치가 용이하고 무엇보다 전국 4만여 곳에 달하는 만큼 접근성이 좋다. 금융업계로선 점포 통폐합의 부담을 덜 수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금융 업무를 위해 편의점을 한 번 더 찾게 되면 우리도 구매력을 올릴 수 있어 좋다. 몇 년 전부터 금융업계의 제휴 마케팅 문의가 늘고 있는데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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