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검·경 다 뛰어든 ‘화천대유’…압색은 단 한곳도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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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재명(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전 검찰총장)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두고 각각 대장동 및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수사기관들이 혐의별로 ‘네 것 내 것’을 따지며 미적대는 모습을 보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놓고선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로 “저쪽이 주무 수사기관”이라며 떠넘기기를 하는 양상까지 보이면서다. (▶중앙일보 9월 27일 자 이재명 대장동 고발장 쌓이는데…檢·공수처 ‘수상한 핑퐁’)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로 검찰과 경찰, 공수처로 수사권을 잘게 쪼개 놓으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힘들게 하는 수사의 비효율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사기관마다 국민적 관심사인 대선 후보를 놓고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현상도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이(李)·윤(尹) 두 여야 주자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사건을 공수처·검찰·경찰 등 3개 수사기관의 7개 부서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여야 대선 경선 후보 캠프 관계자 등 정치인들이 경쟁 후보를 겨냥한 고소·고발장을 각 수사기관에 쏟아내면서다. ▶윤 전 총장이 총장이던 시절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지시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대장동 개발이익을 특정 민간업체에 몰아줬다는 이른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등이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7일 제보자 조성은씨를 재차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뉴스1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7일 제보자 조성은씨를 재차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뉴스1

尹 ‘고발 사주’ 의혹은 공수처·중앙지검 등 3곳 분산

‘고발 사주’ 의혹의 경우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가 윤석열 전 총장,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도 해당 의혹의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33)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근)도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 진상조사 인원 및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사실상 같은 혐의의 사건을 수사 중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지난 13일 대검에 윤 전 총장, 손 검사 등을 지난해 4·15 총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형법상 선거방해, 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분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새 수사권 제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 선거범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다

경찰에도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해 시민단체가 고소·고발한 사건이 각각 1건씩 접수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에 나섰다.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 이진동 발행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 혐의(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제보자인 지모씨가 윤 전 총장, 손 검사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 등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그래픽 이미지.

대장동 개발사업은? 그래픽 이미지.

李 대장동 의혹은 4곳에서 ‘검토’ ‘수사’ ‘내사’

대장동 특혜 의혹 역시 고발장이 세 수사기관에 흩어진 상황이다.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철협)이 지난 24일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지사를 고발한 사건은 공수처 사건분석조사담당관실에서 기초조사를 하며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장동 개발이 이뤄진 때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기초자치단체장)이던 시절이라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화천대유 등에 수천억원대 이익이 돌아간 건 최근 3년 사이로 경기지사 재직 때의 일이라 기술적으로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에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유경필)가 뛰어들었다. 공공수사2부는 이 지사 측이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곽상도·윤창현 의원 등을 대장동 개발과 관련 이 지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고발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제범죄형사부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31)씨가 대장동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과 관련해 곽 의원과 박 전 특검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 부서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재직과 관련한 사후수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도 맡고 있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 등에 관한 첩보를 건네받은 서울용산경찰서도 이날 회사 대주주인 법조기자 출신 김만배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아직 내사 단계인 경찰은 향후 환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관계자 등 사건관계인을 추가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분 6%(3억원)을 투자한 천화동인 1~7호 투자자별 배당금 추정 액수.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분 6%(3억원)을 투자한 천화동인 1~7호 투자자별 배당금 추정 액수.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커지는 ‘檢 특수본’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

법조계에선 공수처와 검·경의 산발적 의혹 수사가 오히려 진실 규명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검찰 간부는 “대형 사건 수사 초반에 수사력이 분산되는 게 과연 선진형 수사제도냐”며 “이러려고 ‘개혁’을 한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부패범죄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경우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위한 검찰 내 특별수사본부 설치나 특검 도입 주장도 커지고 있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성남 대장동 화천대유 사건은 드러난 것만으로 검찰이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려 직접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며 “김오수 총장이 특검 도입, 공수처 수사를 기다리는 거라면 검찰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썼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선 검찰이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과, 국회의 특별검사 임명절차 추진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선 검찰이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과, 국회의 특별검사 임명절차 추진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뉴스1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종엽)도 이날 “검찰은 즉시 전면 강제수사에 나서고, 국회는 특별검사 임명을 추진하라”는 성명을 냈다. 변협은 “화천대유와 개인 투자자 6명이 4000여억원의 배당금 수익 외에도 추가 분양 수익 2352억원까지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며 “전직 대법관, 전직 검찰총장, 전직 특별검사,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 등 명사들도 자문료와 퇴직금 명목 등 상당한 금액의 금전적 이익을 향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검·경의 부분적·산발적 수사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며 국회에 신속한 특검 임명절차 추진을 촉구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때와는 달리 이 지사의 업무상 배임 혐의 입건은 머뭇대는 상황”이라며 “업무상 배임의 경우 5억원 이상은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에 포함되는 만큼 대검도 특수본 설치로 수사력을 한데 모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인도 “이런 사건에서 핵심 관계인을 먼저 불러 조사하면 수사 상황을 알려주는 꼴밖에 더 되느냐”며 “신속하게 자금을 추적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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