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강수 논설위원이 간다

절반 숨통 끊긴 명동…"폐업하면 다행"이라는 자영업자

중앙일보

입력 2021.09.28 00:35

업데이트 2021.09.2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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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강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자영업자들의 잇따른 죽음

지난 27일 마포 맥줏집 여사장이 운영했던 선술집 유리벽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모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 아래 놓인 화환에는 ‘자영업자님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씌어 있다. 조강수 기자

지난 27일 마포 맥줏집 여사장이 운영했던 선술집 유리벽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모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 아래 놓인 화환에는 ‘자영업자님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씌어 있다. 조강수 기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팍팍한 생계 대열에서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이미 스무 명이 넘었다. 공무원·직장인 등 월급쟁이는 견딜만한데 유독 상인들이 쓰러져간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25조원을 쓰는 정부가 이들에 대한 실질적 피해 보상은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목숨을 저당 잡히고 산다는 점에서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채무자들과 다를 바 없다. 회사에서 해고된 뒤 치킨집·분식집을 열었다가 실패하고 4억원 빚을 진 자영업자가 그 주인공이 아닌가. 모든 죽음은 슬프다. 벼랑 끝에 내몰린 상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더 그렇다. 그늘이 길게 드리운 K방역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봤다.

“정부가 살인자” 들끓는 분노

지난 27일 오전 서울 마포의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을 다시 찾았다. 추석 연휴 직전인 15일에 비해 추모 메모가 10여 개에서 130여 개로 많이 늘어났고, 출입구에 둘러친 경찰의 출입통제선이 제거된 게 달라진 점이었다. 이곳 50대 여사장은 지난 7일 세상을 등졌다. 7월 12일 이후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온 ‘거리두기 4단계’로 매출 급감, 임대료 상환 압박 등 한계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는 거리두기 희망고문
빚더미 내몰린 상인들 극단 선택
마포 선술집엔 추모 메모만 가득
손실 보상하고 ‘위드 코로나’ 가야

건물 외벽에 붙은 메모는 다양했다. 맥주와 숯불 바비큐 통닭, 넉넉한 인심을 기억하는 단골 손님은 “비 오는 날 가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는데 사장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지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곧 따라갈 거예요” “정부가 살인자다” 등의 동조 또는 분노도 있었다.

이태원의 어느 2차집 주인이 고인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에는 자영업자의 애환이 녹아 있다. “직장처럼 퇴사라도 하면 좋을 텐데 대부분의 가게는 시작했으면 물러날 곳이 없어서 그 끝은 봐야 하지요. 빚이 생기기 시작하거든요. (중략) 재난은 일어났고 거기에 국민은 있지만 국민을 보호하는 나라는 없더랍니다. 재난으로 피해입은 사람들을 잠재적 죄인 취급만 하더랍니다. 이게 자랑스러운 K방역인가 봅니다. 차라리 강하게 셧다운했으면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그렇게는 안 하고 천천히 피를 말리더군요. 확진자 늘면 너네들 탓이야 하면서. 숨은 좀 쉬게 해 줘야죠. 다른 선진국들의 절반이라도 지원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근처를 서성거리던 두 명의 50대 여성은 “우리도 자영업자”라며 “남의 일 같지 않아 직접 왔다”고 말했다.

마포 맥줏집 여사장에 이어 전남 여수의 치킨집 주인(12일), 강원도 원주의 유흥업소 주인(13일)이 비슷한 이유로 유명을 달리하자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실태를 파악했다. 안타까운 사연이 쏟아졌다. 병치료를 받던 노모와 동반자살한 자영업자 아들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은 보증금(1년 월세분)을 소진하며 버텨왔지만 모임인원·영업시간 제한이 1년 6개월 이상 지속하며 한계상황에 부닥쳤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선택을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방역 당국이 데이터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집합금지 조치만 강제하면서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사회적 죽음’이라는 것이다. 추석 직전 국회 앞에 사흘간 설치된 ‘자영업자 합동분향소’에 조문객 수천 명이 몰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거기 왔던 자영업자들은 ‘내 죽음에 조문 오는 느낌으로 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또 시민들은 대다수가 ‘K방역이 잘 되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그 이면에 이렇게까지 처참한 그림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이후 확진자가 줄어들기는커녕 3000명 대로 급증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명동 중심가엔 ‘임대’ 팻말 즐비

지난 16일 텅 빈 명동 메인 거리에서 나홀로 장사 중인 달고나 할머니.

지난 16일 텅 빈 명동 메인 거리에서 나홀로 장사 중인 달고나 할머니.

상권도 죽었다. 서울 명동은 수년 전만 해도 화장품과 의류의 메카였다. 지난 16일 오후 6시께 찾은 명동 중심가는 스산했다. 도로 양편에 즐비했던 노점상 행렬은 온데간데없었다. 초입에 군것질거리를 파는 마차 하나, 그 맞은편에 달고나를 파는 할머니. 그게 다였다. 그 할머니는 40분 뒤 달고나 기구를 접더니 철수했다. “얼마나 어려우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뒀다. 질문도 답도 뻔할 것 같아서였다.

명동 중심가 건물은 두셋 건너 하나마다 ‘임대’ 팻말이 내걸렸다. 건물 공실률을 전수 조사했더니 81개 빌딩 내 255개 점포 중 106곳이 비어 공실률이 41.6%였다.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다. 명동 뒷골목 상점들은 이른 시간인데도 불이 죄다 꺼져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땅값과 임대료가 비싼 명동의 화장품 매장(네이처 리퍼블릭)은 사정이 어떨까. 이곳도 임대료를 인하받지 않으면 운영이 버겁다고 한다. “월세가 2억6500만원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50%를 깎아 1억3500만원을 냈어요. 최근 건물주가 앞으로 1년간 월 1억원으로 더 내려줬어요. 땅값은 평당 12억~15억 하죠.”(회사 관계자)

이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수성가한 저희 회장님 이름 대면 사업자금 대출이 다 됐는데 지금은 ‘사회 물의 사범’으로 찍혀 돈 한 푼 안 빌려준다”며 “오죽하면 회장님이 ‘태어나서 이렇게 어려운 건 처음이다. 젊어서 구루마 끌고 옷 장사할 때도 이렇진 않았다’고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명동 화장품 매장 가운데 58.6%가 문을 닫았다.

대기업 의류 부문 A사의 의류 매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원래 이 건물은 보증금 100억원, 월세 1억9600만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자 건물주가 지난 7월 초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매출액의 20%로 조정해줬다고 한다. 앞서 명동 본점은 지난 3월 폐점했다. 신촌·홍대 주변도 상황은 똑같았다.

대한민국은 지금 상인도, 상권도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있다. 사드 사태로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관광객이 끊겼고 일본과도 위안부 할머니 배상 문제 등으로 외교적 마찰을 빚으며 멀어졌다. 국내적으로는 현 정부가 4년 내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압박하는 정책을 강행한 것이 주 원인이다.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은 골목상권을 질식시켰고 2년 연속 최저임금 10% 이상 인상도 큰 충격파를 던졌다.

“상인들의 숨통을 조이는 거리두기 방역 지침을 철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상가임대료 인하, 대출금 및 손실 보상액 확대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 명동에서 만난 한 상인의 끝말은 이랬다.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지겹다. 살리든 죽이든 맘대로 혀.”

“폐업이라도 하면 다행, 빚 대물림 두려워”
김기홍

김기홍

“코로나19로 병을 얻어 죽으면 천재(天災)지만 코로나가 가져온 경제적 사망선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건 인재(人災)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곧 끝날 것이라는 정부의 희망고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자영업자들”이라고 말했다.

경제 사정이 이토록 악화한 이유는.
“대개 코로나 터지고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7월부터 영업시간 제한, 집합금지 조치가 취해지며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정부는 2개월 뒤면 거리두기가 끝난다고 반복하며 희망고문, 빚을 지고라도 버티게 했다. 처음엔 제1·2금융권에서 시작, 카드론→3금융권→일수 순으로 빚이 늘어간다. 코로나 1년 만에 보증금이 소진되자 건물주가 퇴거를 요구했다. 이때 폐업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빚을 일시 상환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안 좋으면 목숨이랑 저울질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이 드신 분들은 자식에게까지 빚을 대물림하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코로나가 끝나도 경제적 사망 선고를 회복하려면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규모가 평균 16.3%다. 우리는 재난지원금까지 합쳐 4.5%다. 소극적 재정 지출에서 벗어나 정책 자금을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도 지원해 주길 바란다. 미국·캐나다·일본 상인회 간부들을 만났더니 정부 지원으로 장사 못 하는 아쉬움은 있어도 힘든 건 없다고 하더라. 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부를 상대로 촛불시위, 거리두기 보이콧 등 더 강력한 시위방식을 채택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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