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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노총 패악질에 눈 감은 정부…자영업자만 고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노노갈등에 빵집 가맹점주 피해 눈덩이

눈치 보지 말고, 엄정하게 법 집행해야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도를 넘어선 폭주를 방관만 하는 정부를 바라보며 적잖은 국민이 품는 의문과 울분이다. 국내 최대 제빵업체 SPC를 상대로 한 민주노총의 불법 파업으로 본사뿐 아니라 개별 가맹점주, 즉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SPC와 무관하게 노조 간 이권 다툼으로 시작됐다. SPC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배송을 담당하는 광주지역 배송 기사들이 운영 방식을 협의하던 중 민주노총 소속 기사들이 더 좋은 노선을 고집하며 지난 2일 배송을 거부했다. 본사는 대체인력 고용에 당일에만 수억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영문도 모른 채 제때 빵을 공급받지 못해 아침 장사를 망친 점주들은 빈 매대를 보며 발만 굴렀다. 점주들이 배상을 요구하겠다며 분노하고, 가맹본부가 실제로 운수사를 상대로 수십억원의 피해 배상을 청구하자 민주노총의 막장 보복이 시작됐다. 파업 손해배상을 SPC 본사가 대신해 주면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뻔뻔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히려 15일부터 파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민주노총의 안하무인격 행태는 이 정부 들어 점점 노골화하고 있지만 이번 SPC 사태는 특히 경악스럽다. 노조원 대신 투입된 대체기사가 몰던 화물차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머문 사이 누군가 연료 공급선을 고의로 자르기까지 했다. 경찰은 파업 중인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계획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내 이권 챙기자고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져 남의 생명을 앗을 수 있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또 다른 대체 화물차 기사는 국도로 가던 중 민주노총 노조원 수십 명에게 가로막혀 폭행까지 당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영업제한으로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의 고통은 나 몰라라 하며 내 밥그릇만 챙기는 노노(勞勞) 갈등 탓에 엉뚱하게 죄 없는 가맹점주와 대체 투입된 화물 기사만 피해를 보는 기막힌 일이 지금도 매일 벌어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이 앞으로는 민주노총 배송은 받지 않겠다고 할 만큼 여론이 악화하는 데도 여기서 멈추기는커녕 이번엔 원료 공장까지 막아서는 불법 집회를 벌였다. 100여 명의 노조원은 SPC 세종·청주 공장 앞을 점거하고 물류 출하를 저지했다. 파리바게뜨 매장뿐 아니라 다른 소상공인에게도 공급하는 재료라 이번 불법 공장 봉쇄는 SPC와 무관한 자영업자에게까지 막심한 손해를 끼친 셈이다. 정부는 법을 무시하고 내 편 아닌 약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민주노총의 횡포에 언제까지 눈을 감을 것인가. 이제라도 국민 편에서 엄정한 법 집행을 하길 바란다. 그게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