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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일자리] 정부가 밀고, 기업이 끄는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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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KT 등 기업 참여 잇따라 / 직무역량 강화, 업무 관련 경험 도와 / 불합격자 피드백 등 채용문화 개선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4기 교육생들이 서울 강남구의 아카데미 서울캠퍼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4기 교육생들이 서울 강남구의 아카데미 서울캠퍼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부산대 졸업생인 원영훈(26)씨는 최근 KT에 입사했다. 원씨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서 알고리즘 등을 교육받았고, 수료 후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원씨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무에서 필요한 역량에 점차 차이가 벌어지는데 아카데미에서는 실무에 필요한 내용만 가르치고, 실제 회사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에 기업들이 호응하면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원씨가 수료한 아카데미 역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포스코·롯데그룹은 지난달 3일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에 멤버십 기업으로 참여했다. 이후 삼양식품·KT 등이 추가로 멤버십 기업으로 가입하는 등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부는 경총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경영계 전반으로 확산을 계획하고 있다.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업해 구직자에게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직무역량 개발이나 업무 관련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직하는 청년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다. 기업이 채용 정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게끔 하고,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피드백을 주도록 하는 등 채용문화 개선도 프로젝트의 일부다.

각 기업이 각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설계해 추진하고, 정부는 기업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을 돕는 데 주력한다. 채용을 직접 진행하는 기업 측에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멤버십을 체결한 기업이 인적 자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발굴하면 정부는 참여자를 모집하거나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식이다.

‘청년고용 응원 네트워크’로 묶여 있어도 기업마다 활동 유형은 다양하다. 삼성전자는 직무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다. 29세 이하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1년간 온·오프라인으로 코딩 등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 커리큘럼은 기본 교육부터 실전형 개발자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 수행, 개인별 경력 설계로 구성된다.

포스코와 SK하이닉스 등은 청년들이 업무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10주간의 합숙을 통해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분석을 가르치고,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성 있는 창업 아이템을 검증해준다. 1년에 1100명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SK하이닉스는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협력사에서 인턴을 한 뒤 정규직 취업까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 교육에 들어가는 운영비, 프로그램 개발비 등을 지원한다는 게 고용부의 계획이다.

신입 채용 불합격자 피드백 등 채용문화 개선도 청년응원 프로젝트의 한 축이다. 롯데그룹은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을 통보받은 이들에게 피드백을 실시한다. 필기시험인 인적성이나 면접에서 지원자가 받은 점수와 평균 점수, 합격자 평균 점수를 개개인별로 제공하면서 지원자의 강점과 약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진행한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는 4기까지 2087명이 수료했다. 이달 초 기준 이들의 취업률은 77%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청년 응원 네트워크 멤버십 기업으로 참여하면서 한 기수 교육 인원을 950명까지 확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취업에 있어 소프트웨어 기술이 도움되다 보니 수료생들이 대기업이나 카카오·네이버와 같은 IT기업에 상당수 취업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MZ세대의 채용문화 변화 요구에도 호응하고 있다. 권오승 롯데지주 HR혁신실 상무는 “인적성 전형을 개편하면서 불가피하게 불합격자 피드백을 못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지원자가 불합격 사유를 알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문의를 해왔다”며 “MZ세대의 투명한 채용에 대한 요구가 단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프로젝트에 멤버십 기업으로 참여해 이 같은 채용문화 확산에 일조하겠다”고 했다.

실제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업 요구 역량과 학교 수업 간 괴리’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고용노동부는 청년 고용 응원 네트워크가 해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업 준비도 청년들에게 하나의 ‘문턱’이 되어버린 것 같다. 기업과 정부가 파트너십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려는 간절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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