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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묶는다, 내년까지 ‘대출 빙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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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7일 내년까지 가계부채를 강도높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증권사에 신용거래 한도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서울 지하철역의 은행대출 광고. [뉴스1]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7일 내년까지 가계부채를 강도높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증권사에 신용거래 한도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서울 지하철역의 은행대출 광고. [뉴스1]

금융당국 발 가계대출 한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7일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시계(視界)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들을 지속적, 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신용투자나 전세대출까지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고 위원장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확대돼 온 만큼, 그 관성을 되돌리는 과정이 불편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일관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금융당국의 강경한 입장 속에 주요 시중은행은 정부의 올해 가계부채 총량관리 목표(연 5~6% 증가)를 맞추기 위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NH농협은행(7.18%), 하나은행(4.77%), KB국민은행(4.29%), 우리은행(3.61%), 신한은행(2.43%) 등의 순이다.

목표치를 초과한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풍선효과 때문이다. 실제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이후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국민은행은 7월 말까지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2.58%대로 유지했는데, 8~9월 증가율이 4.29%로 뛰었다.

결국 국민은행은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하는 등 가계대출 한도를 대폭 줄였다. 예컨대 전셋값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올랐다면 지금까지는 전셋값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증액분인 2억원을 넘는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일반 주담대의 경우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의 가입을 제한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 아파트의 경우 대출금이 5000만원가량 덜 나온다. 하나은행도 다음 달 1일부터 MCI·MCG 신규 판매를 중지한다.

문제는 은행의 금리 인상과 대출 한도 축소만으로는 대출 증가세를 잡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이나 집단대출은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받을 수밖에 없는 대출”이라며 “백약이 무효하면 결국 대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전셋값이 10% 이상 상승하는 등 자산가격이 올랐는데, 대출 증가율을 5~6%에 맞추라는 건 비현실적인 요구”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한파는 증권사의 신용융자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해 말 19조2213억원에서 지난 24일 25조2839억원으로 6조원 이상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증권사와 관련 회의를 열고 신용융자 한도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하며 신용공여 한도(자기 자본의 100%)를 모두 채워 운영하지 말고 회사별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절히 규모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곧 자기자본의 80~90% 수준으로 신용공여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 달 초 가계부채 관리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확대 시행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 위원장은 “대책의 핵심은 상환능력 평가의 실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전세대출 관리 대책이 담길지다. 고 위원장은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실수요와 연결된 측면도 있고, 전세대출의 여러 조건이 좋다 보니 많이 늘어난 측면이 있어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며 “실수요자가 피해 보는 일을 피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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