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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가죽 벗고 재활용 입는다, ‘비건 카’ 되는 전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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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자동차가 ‘채식주의자’(Vegan)로 변신하고 있다. 전기차를 앞세워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동물 보호의 이미지까지 잡는 이른바 ‘비건 카(Vegan Car)’ 전략이다.

볼보가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새 전기차 ‘C40 리차지’의 외관. 내년 초 출시된다. [AP=연합뉴스]

볼보가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새 전기차 ‘C40 리차지’의 외관. 내년 초 출시된다. [AP=연합뉴스]

27일 미국 CNBC와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볼보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전기차 ‘C40 리차지’를 시작으로 이후 나오는 전기차에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모든 동물 가죽을 퇴출하고, 2040년까진 재활용 소재를 100% 적용한다. 2050년에는 차 전체에서 바이오 소재 비율을 25%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볼보는 “전 세계 온실가스 14%가 가축 사육에 따른 것”이라며 동물 가죽을 줄일 경우 자연스럽게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목재 가공 부산물과 재활용 코르크, 폐플라스틱 등을 인테리어 소재로 만드는 노르디코(Nordico)와 협력해 전기차에 사용할 계획이다. 볼보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내연기관 차는 아예 만들지 않고 전기차만 만드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BMW는 전기자동차 ‘i3’에 동물 가죽 대신 호주의 식물 유칼립투스를 내장재로 사용했다. 아욱과 식물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인 케나프를 도어 패널과 대시 보드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i3 한 대당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120㎏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2015년 주주총회에서 동물 보호단체의 요청을 받은 후 시트는 물론 자동차 스티어링휠에 이르기까지 동물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적용해냈다.

‘제2의 테슬라’로 평가받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업계 최초로 출시한 전기차 픽업트럭 ‘R1T’에 동물 가죽 시트 대신 비건 시트를 적용하고 친환경 소재로 내부를 꾸몄다.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기아 ‘EV6’의 내부 모습. [사진 기아]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기아 ‘EV6’의 내부 모습. [사진 기아]

현대차와 기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2일 출시된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에는 차량 한 대당 500mL 페트병 약 75개에 해당하는 재활용 소재가 들어갔다. EV6는 국내 차 업계 최초로 영국 카본트러스트(The Carbon Trust)사의 제품 탄소 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 인증을 얻었다.

현대차 아이오닉5에도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에 바이오 오일 성분이 사용된 페인트가 쓰였다. 시트는 사탕수수·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성분을  넣은 원사로 만든 원단을 사용했다. 가죽 염색 공정에도 식물성 오일을 이용했다.

2018년 출시한 수소차 넥쏘 역시 실내 마감재 대부분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시트와 콘솔, 2열 암레스트에 천연염료를 사용한 가죽을 넣었다. 남는 나무 조각을 재활용한 친환경 원목 장식 ‘포지드 우드(forged wood)’로 콘솔, 크래시 패드, 2열 암레스트, 도어를 장식했다. 또한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원단을 실내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생산키로 한 제네시스는 시트와 콘솔, 2열 암레스트에 천연염료를 사용한 가죽을 사용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일회용품·플라스틱 줄이기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하며 “현대차그룹은 지속 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확대와 수소 캠페인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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