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들깨와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포인트, 들깨나물 파스타

중앙일보

입력 2021.09.27 19:36

업데이트 2021.09.28 09:18

김혜준의 〈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③들깨나물파스타

‘외식’이란 단어가 특별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집밥만큼이나 밖에서 밥을 사 먹는 일이 흔하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가족이 함께 외식하러 나가는 일은 나름 특별한 행사에 속했다. 그래서인지 가족과 외식했던 일들이 추억으로 남아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난다.

그중에 기억나는 집으로는, 경복궁역 옆 종로 어린이도서관 부근의 작은 식당이 있다. 메뉴도 단출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 식당에서 우리 세 가족이 늘 선택했던 것은 ‘천연탕’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들깨탕이었다. 지금은 천연탕이라는 이름의 메뉴를 찾기 어려운데, 이 어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새삼 궁금하다.

 나물과 버섯, 두부면으로 만든 건강한 맛의 들깨나물파스타. 사진 김혜준.

나물과 버섯, 두부면으로 만든 건강한 맛의 들깨나물파스타. 사진 김혜준.

천연탕이라 불리던 들깨탕은, 들깻가루와 찹쌀가루로 만든 진득한 점성의 국물이 백미였다. 국물 안에는 고소한 소고기와 고구마 줄기, 갖은 버섯들이 들어있다. 순한 간과 들깨 특유의 풍미가 그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의 식감과 맛을 살려주는 요리다. 간은 간장이나 된장, 약간의 소금으로만 맞춰 준다. 나는 이 국물에 밥을 쓱쓱 말아 먹곤 했는데, 죽처럼 후루룩 잘도 넘어갔던 기억이다.

그 당시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가는 현재의 나는 들깨탕의 추억을 더듬어가며 나만의 레시피를 구상해본다. 최근 식단을 관리하느라 데쳐 놓은 몇 가지 건나물을 한 번씩 먹을 양으로 나눠 얼려 뒀는데, 이 나물을 활용해서 들깨나물 파스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또 탄수화물이 부담스러우니, 밥 대신 두부면으로 대체해 가을의 맛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밀가루 면 대신 두부면을 사용하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사진 김혜준.

밀가루 면 대신 두부면을 사용하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사진 김혜준.

들깨나물 파스타에 들어갈 재료는 데친 시래기·고구마순·고사리와 토란, 그리고 몇 가지 버섯이다. 추석 연휴에 먹고 남긴 나물을 활용해도 좋다. 양념해 둔 나물이 아닌 경우에는 물기를 꼭 짜서 된장과 들기름, 다진 마늘에 미리 무쳐 둔다. 간이 배일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서다. 또 평소 파스타 베이스로 사용하는 올리브오일 대신에 들기름을 사용한다. 재료의 연관성을 고려한 선택인데, 큰 부딪힘이 없이 자연스러운 맛을 구현할 수 있다. 즉, 들깨와 들기름이 이 요리의 기둥이 되는 재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 참기름과 들기름은 발연점이 170℃ 정도로 낮으니, 생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그런 이유로, 토란을 미리 물에 데치거나 스팀에 쪄서 준비해 두자. 두부면의 식감이나 맛이 불편한 경우에는 스파게티 중에서도 면이 얇은 스파게티니나 면의 면적이 넓어 크림 흡착력이 좋은 페투치네를 미리 삶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먼저 토란을 살짝 코팅하듯 볶다가 양념에 무쳐 둔 나물들과 버섯을 더한다. 나의 경우, 토란을 맨손으로 만졌다가 알레르기가 올라와 크게 고생한 적이 있는 터라 가능하면 깐 토란을 사용하는 편이다. 추석 전날 탕국을 준비하다가 토란을 만지고 밤새 간지러움에 고생한 기억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생토란은 쌀뜨물에 데치면 쉽게 껍질을 깔 수 있다. 이때도 고무장갑을 끼고 껍질을 까는 걸 권한다. 요즘은 냉동 토란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토란과 나물은 오래 볶지 않고 생크림을 넣어준다. 그다음 나물을 무칠 때 넣은 된장의 간과 크림이 잘 어우러지도록 뭉근하게 끓인다. 소스가 완성되면 두부면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살짝 간을 한다. 마지막으로 들깻가루를 넣어 잘 풀어가며 점도를 맞춘다.

된장은 치즈와 크림과 같은 유제품과의 궁합이 좋다. 예전에 근무하던 식품회사에서 배운 큰 팁 중 하나다.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유래한, 프랑스의 대표적 달걀 요리 ‘키슈 로렌(Quiche Lorraine)’에 치즈 대신 된장을 넣었을 때의 그 충격적이었던 맛을 아직 잊지 못할 정도다. 발효취와 맛만 잘 조절하면 음식의 무게를 실어주는 바디감과 풍미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기호에 따라 파르마산 치즈를 더해도 좋지만 나는 들기름과 들깻가루를 토핑처럼 더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재료 준비

들깨나물 파스타의 재료. 사진 김혜준.

들깨나물 파스타의 재료. 사진 김혜준.

재료(2인) : 두부면 2팩(200g), 토란 3~4알, 데친 시래기·고구마순·고사리 각 30g씩, 말린 표고버섯·느타리버섯·갈색 팽이버섯 각 20g씩(종류 상관없이 구하기 쉬운 버섯을 최대한 활용), 생크림 300㎖
양념 : 다진 마늘 1작은술, 된장 1큰술, 들기름 1큰술, 들깻가루 1큰술, 소금·후추 적당량.

만드는 법

1. 끓는 물에 토란을 데친다.
2. 데쳐두거나 불려둔 고구마순, 고사리, 시래기의 물기를 짠 후 된장 1/2큰술과 마늘 1작은술을 넣고 무쳐 둔다. 이때 양념한 나물을 사용해도 좋다. 이 경우 된장과 소금의 간을 조절한다.
3. 팬에 들기름을 두른 후 토란을 볶다가 무쳐 둔 2번과 버섯을 넣고 함께 볶는다.
4. 생크림을 3에 붓고 나머지 된장 1/2 큰술 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5. 두부면을 넣고 소스를 한소끔 끓여준다.

6. 들깻가루를 넣고 점도를 맞춘 후 그릇에 담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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