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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닦은 男에 "성기 만져" 신고한 女 "그냥 고소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페이스북 캡처]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페이스북 캡처]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손에 땀이 나 옷에 땀을 닦던 남성을 ‘공연음란죄’로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내 앞에서 15초간 성기를 만졌다”는 이유였는데, 남성은 경찰조사 결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여성은 “그날 힘든 일이 있어서 누구 한 명 고소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지난 25일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는 페이스북에 “지하철 범죄 수사과가 땀 닦는 것도 공연음란죄로 잡아넣었다”며 이런 내용을 전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하철로 출근하는 길이었던 남성 A씨는 손에 땀이 나 옷에 땀을 닦았다. 그런데 A씨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성 B씨가 A씨 상체를 3초간 몰래 촬영한 뒤, “내 앞에서 성기를 15회 만졌다”며 A씨를 공연음란죄로 신고했다. 추후에 확인해 보니 B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A씨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는 모습만 찍혀 있었다. B씨 주장대로 A씨가 성기를 만지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지하철 CCTV에도 A씨가 성기를 만지는 장면은 없었다.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가 무고를 당했고,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이를 알게 된 B씨는 게시판 쪽지를 이용해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 다음 A씨에게 “그날 하루가 다른 것으로 너무 신경 쓰여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누가 앞에서 상의 부분을 손바닥으로 만져서 신경이 쓰이는 행동을 하니 불쾌해서 누구 한 명을 그냥 고소하고 싶어서 아무런 이유 없이 신고하게 됐었다.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페이스북 캡처]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페이스북 캡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자신이 휴대전화로 하고 있던 게임 접속 시간, 같은 시간에 여자친구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나눈 내역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해야 했다.

센터가 공개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경찰은 A씨를 향해 “지하철이 공공장소인 것 알고 있나” “피의자는 상의의 끝단 부분에 손의 땀을 닦았다고 하지만 전철 안 사람들이 보이게 손으로 그 부분을 15회 정도 지속적으로 만지는 것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신문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오해할 만한 상황으로 보이지만 전혀 그럴 의도는 없었다. 제가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15회씩이나 똑같은 방법으로 성기 부분을 만졌다면 발기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A씨에게 “그 여자분 입장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여자가 앉은 자리 앞으로 접근해 본인의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해 자위행위를 한 건 아니냐”고 물었는데 A씨는 “저는 직접적으로 성기를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자위행위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게임에 집중해서 무의식적으로 땀을 닦거나 옷매무새를 다듬은 것이다. 당시 크로스백을 메고 있어서 더 옷매무새를 자주 다듬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페이스북 캡처]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페이스북 캡처]

이와 관련해 센터는 “공연음란죄는 강제추행처럼 상대방이 성적수치심을 굳이 느낄 필요가 없고 그 행위만으로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수사관은 남자의 행동이 일상 속에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사람의 행위이고 성기를 직접 잡은 것도 아니므로 결코 자위행위로 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자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강요하며 남자에게 객관적인 수사 방법이 아닌 자의적 해석으로 남자의 행위를 범죄화시키는 등 회유를 강요하는 편파수사를 했다”며 “수사관은 형법에서 정한 공연음란죄에 대한 행위의 태양, 전후 사정에 의한 전체적인 상황 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나아가 이 사건 신고내용이 형법에서 말하는 범죄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하지 않았다. 수사관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증거도 없고, 오해의 여지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지만 A씨는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광역철도 수사과에서 편파적인 수사를 받았다”며 “지하철 범죄 수사과는 증거가 없으니 증거를 만들기 위해 잠복수사까지 했다. 그러나 A씨에게서 어떠한 혐의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 결과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고 불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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