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만 처벌 노조법 문제…노조 부당노동행위도 처벌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9.27 16:00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제도는 처벌 대상을 사용자로 국한하고 있어, 노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총, ‘부당노동행위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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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과거 노조의 입지가 약했던 시절에 노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와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핵심 제도인 만큼 먼저 개선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한국은 부당노동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 처벌 뿐만 아니라 노동위원회의 구제 명령 불이행에 대해서도 형사 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이중 처벌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당노동행위의 처벌 대상을 사용자로 국한하고 노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처벌하지 않고 있어 기업은 노조의 권리 남용이나 단체 교섭 질서를 저해하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발제를 맡은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에도 한국과 유사한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있으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와 유형, 구제 방법 등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노동관계법(NLRA)을 제정할 당시에는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만 규정했지만, 노조의 교섭력이 성장하고 노동 분쟁이 격화하자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도 포함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노조가 고용주에게 금전을 강요하거나 이를 시도하는 행위, 노조가 단체 교섭을 거부하거나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를 강요하는 행위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로 금지된다”며 “노조에 대한 운영비 지원 행위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로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길 아주대 교수는 부당노동행위의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노조법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규제하고 노사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용자의 대응 행위를 범죄 행위로 취급해 노사 대등성을 저해한다”며 “산업 현장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질 경우 노조는 사용자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쟁점화하고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서도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변호사는 “노조가 조직화하고 실력을 과도하게 행사해 경영 상황이 어려워진 기업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납품 단가나 용역을 과도하게 저하하게 되고,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어 근로자에게 대기업·공기업과는 더욱더 격차가 벌어진 임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노사 간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대체근로 금지 폐지, 노조 측 부당노동행위 신설, 형사 처벌 배제 등을 제안했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노조가 사용자의 정당한 징계나 노무 관리와 단체 교섭에도 사용자에 대한 압박의 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이슈화하고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노조 간부나 조합원의 부정한 행위나 불법 행위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면 부당 징계에 대한 구제 신청과 부당노동행위 문제를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있어 회사가 정당한 노무 관리나 의사 표현에도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표변호사는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규정하거나 사용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노동 기본권에 관한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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