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비건’…동물 대신 식물·재활용 소재 장착 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27 15:36

업데이트 2021.09.27 16:02

자동차가 ‘채식주의자’(Vegan)로 변신하고 있다. 과거 주목할 만한 차라면 꼭 앞세우던 동물 가죽 시트를 떼어내고 있다. 식물성 혹은 재활용 재료를 활용해 고급스럽게 만든 시트를 신차에 장착하거나 동물성 대신 식물성 원료로 제작된 페인트로 도색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전기차를 앞세워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친환경은 물론 동물 보호의 이미지까지 잡는 이른바 ‘비건 카(Vegan Car)’ 전략이다.

볼보 ‘C40 리차지’. [AP=연합뉴스]

볼보 ‘C40 리차지’. [AP=연합뉴스]

볼보, 동물 가죽 시트 퇴출 선언

27일 미국 CNBC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볼보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전기차 ‘C40 리차지’를 시작으로 이후 나오는 전기차에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럭셔리 소재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 ‘컨셔스 디자인(Conscious Design, 의식 있는 디자인)의 부상’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서다.

볼보는 2030년까지 동물 가죽 퇴출과 함께 2040년 재활용 소재를 100% 적용하고, 2050년에는 바이오 소재 비율을 25%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14%가 가축 사육에 따른 것”이라며 동물 가죽을 줄일 경우 자연스럽게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목재를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과 재활용 코르크, 폐플라스틱 등으로 새로운 인테리어 소재로 만드는 노르디코(Nordico)와 협력해 차세대 볼보 전기차에 사용할 계획이다. 볼보의 스튜어트 템플러 지속 가능 경영 총괄 이사는 “진보적인 자동차 제작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모든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가죽 퇴출은 동물 복지와 가축 사육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볼보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엔진이 탑재된 차는 아예 만들지 않고 완전 전기차만을 만드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비건 시트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리비안 R1T의 내부 모습. [사진 리비안]

비건 시트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리비안 R1T의 내부 모습. [사진 리비안]

테슬라·BMW·리비안 전기차도 ‘비건’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2015년 연례 주주 총회에서 동물 보호 단체로부터 동물을 잔혹하게 대하지 않는 전기차 회사가 돼 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비건 화의 길을 걷고 있다. 당시 회사 운영진은 반대했지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비건 자동차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한 이후 시트는 물론 자동차 스티어링휠에 이르기까지 동물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적용해냈다.

BMW는 전기자동차 ‘i3’에 동물 가죽 대신 호주의 유칼립투스를 내장재로 사용했다. 아욱과 식물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인 케나프를 도어 패널과 대시 보드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BMW는 i3 한 대당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120㎏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제2의 테슬라’로 평가받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업계 최초로 출시한 전기차 픽업트럭 ‘R1T’ 역시 동물 가죽 시트 대신 비건 시트를 적용하고 친환경 소재로 내부를 꾸몄다.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기아 EV6의 내부 모습. [사진 기아]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기아 EV6의 내부 모습. [사진 기아]

EV6에 페트병 75개 분량 친환경 소재  

현대차와 기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2일 출시된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에는 차량 한 대당 500㎖ 페트병 약 75개에 달하는 친환경 소재가 들어갔다. EV6는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영국 카본트러스트(The Carbon Trust)사의 제품 탄소 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 인증을 얻었다. 원료는 물론 제품의 제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영향도를 종합적으로 측정한 후 기준을 충족했을 때 수여하는 인증제도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곳곳에도 친환경 소재가 담겼다.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에는 유채꽃과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사용된 페인트가 쓰였다. 시트는 동물 가죽 대신 사탕수수·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을 활용해 만든 원사가 포함된 원단을 사용했다. 시트 제작을 위한 가죽 염색 공정에도 식물성 오일을 이용했다.

2018년 출시한 수소차 넥쏘 역시 실내 마감재 대부분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시트와 콘솔, 2열 암레스트에 천연염료를 사용한 가죽을 넣었다. 가구 제작 공정에서 남는 나무 조각을 재활용한 친환경 원목 장식 ‘포지드 우드(forged wood)’로 콘솔, 크래시 패드, 2열 암레스트, 도어를 장식했다. 또한 재활용 PET와 나일론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친환경 원단으로 고급스러운 실내를 연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현대차그룹 페이스북 계정에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현대차그룹 페이스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현대차그룹 페이스북 계정에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현대차그룹 페이스북]

정의선 “사회적 책임 끊임없이 고민, 실천”

2025년부터 모든 신형 차를 전기차로 생산키로 한 제네시스는 시트와 콘솔, 2열 암레스트에 천연염료를 사용한 가죽을 사용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지속 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확대와 수소 캠페인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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