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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막힘없는 수처리 필터로 물부족 해결하는 스타트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구 상에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이 3%입니다. 그런데 이조차도 오염된 상태예요. 생활용수나 산업현장에서 물은 계속 필요한데 결국 물을 재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죠.”

수처리 스타트업 에이런 오순봉 대표는 지난달 8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그동안 수처리 필터는 미세입자가 필터를 막는 현상 때문에 세척을 계속해주거나 짧은 주기로 교체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았다”며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는 게 물 부족, 물 오염 시대 꼭 필요하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에이런은 세계 최초로 막힘 없는 수처리 필터인 ‘마이크로 필터링 시스템(NCFS·Non-Clogging Filtering System)’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기술 인증(NET)을 받았고, 중소벤처기업부 TIPS(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최근 회사는 SK텔레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ESG 코리아 2021' 대표 스타트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삼성 반도체 엔지니어가 물 비즈니스에 나선 이유

에이런 오순봉 대표

에이런 오순봉 대표

오 대표는 삼성전자 공채 1기 출신으로 1978년부터 1989년까지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1992년 반도체 장비 전문회사 아토를 창립해 연 매출 1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2007년에는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SiC) 기업 ACM을 설립했다. 20년 가까이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근무하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반도체 공정에서 물은 생명”이라면서 “반도체 표면 세척에 드는 깨끗한 물은 엄청나게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데 수질에 따라 수처리 공정의 난이도가 결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물 부족, 물 오염 시대 깨끗한 물 공급이 어려워지면 반도체는 물론 정유, 화학, 섬유 등 전 산업 현장에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공기 정화 기술이 필요해졌는데 이 기술에도 대규모의 물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물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 그가 축적한 반도체 공정 기술 노하우와 화학공학 지식을 활용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는 2015년 인천시 부평에 수처리 전문 기업 에이런을 세웠다.

수처리 골칫덩어리 막힘 현상을 뚫어라

에이런 NCFS 이미지 [에이런 제공]

에이런 NCFS 이미지 [에이런 제공]

에이런의 핵심 기술은 흐르는 물의 유속을 이용해 입자를 떠오르게 하는 양력 현상을 이용, 막힘 없이 입자를 걸러내는 수처리 필터다. 필터의 막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별도 세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관련 특허만 국내외 6건에 달한다.

기술개발은 쉽지 않았다. 이러한 기술을 구현할 필터의 원재료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일본에서 구해야 했는데 재룟값이 비싸고 공법도 까다로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9년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면서 필터도 수입하기 어려워졌다. 4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오 대표는 ‘고분자 폴리머 그래핀 필터’를 만들었다.

이 필터는 전도성을 가져 미세입자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고 바이러스와 염기에 강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높은 농도의 불규칙한 물도 처리할 수 있다. 에이런은 해당 필터 실험용 설비를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지역에 처음으로 납품했다. 또한 캐나다의 미생물 처리시스템 개발사 ‘오솔노(Osorno Enterprise)’와 공동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물 산업 액셀러레이터인 ’Imagine H2O’에 국내 기업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회사에도 이익"

그의 소망은 에이런의 기술력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지구에 기여하는 것이다.

“막힘 없는 필터는 단순히 기업의 유지 보수 비용만 줄이는 게 아닙니다. 필터 세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90% 가까이 줄입니다."

그는 최근 ESG 경영이 대두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환경을 지키는 좋은 기술이라고 아무리 홍보를 해도 상당수의 기업은 비용을 이유로, 관행이 편하다는 이유로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기 망설인다”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결국 회사에도 이익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단단하게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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