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청정소독사업단 김수일(79) 반장은 일주일에 세 번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시내 경로당·지역아동센터·공중화장실·식당 등을 돌며 소독한다. 전날 미리 약속을 잡고 동선을 짜놓고 여기에 맞춰 움직인다. 하루 3시간에 걸쳐 열 군데 정도를 소독한다. 소독약 통을 들고 경로당 1, 2층을 오르내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일을 한 지 5년가량 됐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일이 크게 늘었다. 김 반장은 "경로당을 소독할 때 고맙다며 음료수나 차를 내놓는다. 노인의 코로나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돼서 기쁘다"며 "약속 잡고 동선 짜고, 이런 걸 하니 치매에 안 걸릴 것 같다"고 말한다.
청정소독사업단은 전주시니어클럽이 만들었다. 김 반장은 "월 50만원을 받는데 생계에 큰 보탬이 된다. 국민연금·기초연금에다 이걸 합하면 부부 생계비로 적당하다"며 "주변 노인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한다. 청정소독사업단은 연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원장 김미곤)에서 2670만원을 지원받는다. 코로나로 일감이 늘어 지난해 7400만원, 올 8월까지 4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주시니어클럽김선권 팀장은 "어르신들이 돈도 돈이지만 사회활동을 한다고 생각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청정소독사업단은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주간(27일~10월1일)을 맞아 복지부 장관상 대상을 받았다. 올해 정부 지원 노인일자리는 82만개이다. 노노케어·청소 같은 공익활동형(60만개)이 많이 알려졌지만 소독사업단처럼 시장에서 다른 업체와 경쟁하는 일자리가 3만5000개에 달한다. 재능 나눔, 취약계층 돌봄 같은 사회서비스형, 청소·간병 등 취업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가 22만개에 달한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소독사업처럼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빛을 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천시니어클럽의 '행복하이 카페'(복지부 장관상 대상)도 그중 하나다. 60세 이상 어르신 12명이 주 2~3회 바리스타로 일한다. 이 카페는 코로나19 맞춤형으로 출발했다. 테미라는 로봇이 테이블을 돌며 손님에게 손소독제·빨대·휴지 등을 제공한다. 또 대면 접촉을 줄이려고 손님들이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로봇이 핸드드립 커피를 만든다. 노인일자리 카페로는 처음이다.
노인들은 월 30만원을 받는다. 이천시니어클럽이나희 대리는 "임금은 많지 않지만, 자녀·손자녀에게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다. 김동순(69) 바리스타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웠는데, 이렇게 출근하니 일상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노인인력개발원에서 4400만원, SK하이닉스에서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문을 열었다.
인천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는 어르신 독서논술 지도자를 양성해 초등학생 비대면 독서교육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일자리 참여자 전원이 독서논술지도자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사업도 복지부 장관상 대상을 받았다.
대구의 성모(62)씨는 호텔 관련 중견기업을 퇴직하고 대구의 떡회사 '떡보의 하루'에서 떡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성씨는 “정년이 지나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터가 있어 행복하다”며 “후배에게 기술을 전수하면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미곤 노인인력개발원장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어 대체 노동력 확보가 과제"라며 "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교육 수준이나 건강 상태가 좋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 있는 노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내년 노인일자리 사업은 84만5000개(1조4422억원)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