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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9곳 돌아도 허탕…英 연료 대란, 출근도 못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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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공급 부족으로 판매를 중단한 영국의 한 주우소의 모습. [AFP=연합뉴스]

연료 공급 부족으로 판매를 중단한 영국의 한 주우소의 모습. [AFP=연합뉴스]

영국에서 연료 공급 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주유소가 급증하면서 일부에선 1인당 주유 한도를 제한하는 등 '연료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영국 최대 체인 주유소를 운영하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전국 지점 3분의 1의 휘발유가 바닥났다고 전했다. 영국 내 주유소는 약 8000곳으로 BP는 120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BP는 성명을 통해 "지난 이틀 동안 나타난 과도한 수요 증가로 인해 우리 네트워크에 있는 주유소의 약 30%가 주요 연료 품절 상태로 추정된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재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도 영국 내 연료 수요가 증가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BBC는 이날 주유소를 네 군데나 들렸는데도 주유하지 못해 출근을 못 할 뻔한 간호사 사례를 전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직원은 토요일에 세 군데, 일요일에 여섯 군데의 주유소를 방문했지만 기름을 넣지 못해서 월요일 회의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주유소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뒤엉켜 인근 고속도로까지 정체됐다는 소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주유소 영업을 겸하는 수퍼마켓 체인 아스다는 1인당 주유 한도를 30파운드(약 4만8000원)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일부 독립 소매점은 15파운드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영국 정부가 지난 7월 '위드 코로나'를 선포함에 따라 경제 회복세로 보이며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벌어졌다. 여기에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영국 내 물류 이동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사재기까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주유소에 연료를 운송할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불안해진 일부 소비자들이 사흘째 주유소에 밀려든 결과라는 설명이다.

영국에선 애초 대형트럭 운전사가 ‘귀한 몸’이었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이 귀국하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신규 유입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운전사 부족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영국 내에서만 약 9만~10만 명의 운전사 공백이 생겼다.

영국 정부는 물류 대란으로 촉발된 연료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트럭 운전사 5000명에게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임시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경쟁법 적용 유예를 실시해 연료 부족 현상 완화를 위해 기업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경쟁법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담합을 막는 법률이다. 영국 기업·에너지 산업전략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를 통해 정부는 연료 생산업체, 공급업체, 운송업자, 소매업자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해 가능한 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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