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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나 돈 벌게 다른 회사 벌금 높여달라'는 테슬라

중앙일보

입력

테슬라가 탄소배출 할당량을 위반하는 자동차 회사에 대한 벌금을 높이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테슬라는 사실 차를 팔아 벌어들이는 돈보다 탄소배출권 판매로 버는 돈이 더 많은 업체인데요.

테슬라 모델X. 사진 셔터스톡

테슬라 모델X. 사진 셔터스톡

앤츠랩 휴켐스 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업마다 탄소(오염물질)를 얼마나 배출할 수 있는지 할당이 돼 있는데,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거나 배출권을 많이 보유한 다른 회사에서 사와야 합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라 배출권 잔여량이 다른 차 회사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이번에 테슬라가 주장하는 것은 원래 오바마 대통령 때 이 배출 할당량 위반 벌금이 되게 높았는데, 환경오염을 좋아하고(유전 아무 데나 다 뚫어!)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높이는 것을 막는 바람에 테슬라가 가진 탄소배출권 가치가 떨어졌다는 논리입니다.

GM 쉐보레의 볼트 EV. 사진 셔터스톡

GM 쉐보레의 볼트 EV. 사진 셔터스톡

자동차 탄소배출권을 관장하는 미 연방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8월에 “벌금을 높이긴 할텐데 먼저 공청회를 거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한 달을 앞두고 탄소를 추가배출하는 데 따른 벌금을 두 배로 높이는 규정의 실행을 연기했습니다.

테슬라는 벌금을 당장 높이라고 연방항소법원에 소송도 낸 상태입니다. 테슬라는 최근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NHTSA가 빨리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느린 정책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손해에 대해서도 재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까지 놨습니다.

GM·도요타·포드·폭스바겐으로 구성된 전통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당연히 즉각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에서 “(탄소배출권 관련) 벌금 규정을 빨리 확정해야 테슬라 경영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논리는,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정부의 행정절차를 방해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정부가 지금 하는 것처럼 천천히 하라는 얘기입니다.

테슬라가 환경보호와 탄소배출권 엄격 규제를 주장하는 건 지구와 인류를 위해서 참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공부 잘하는 애가 잘난척 하는 것처럼 “다른 회사들 벌금을 빨리 높여”하는 게 기존 업체 입장에선 보통 짜증나는 일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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