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곳곳 신호등 꺼지고 정전·단수…"헝다보다 전력난이 큰일"

중앙일보

입력 2021.09.27 09:43

업데이트 2021.09.27 10:33

지난 23일 중국 동북 선양시 신도시에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교차로 신호등이 꺼지면서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신경보 캡처]

지난 23일 중국 동북 선양시 신도시에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교차로 신호등이 꺼지면서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신경보 캡처]

중국의 전력 생산은 50% 이상을 화력 발전에 의존한다. 최근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와 글로벌 석탄가격 급등으로 전국 각지에서 제한 송전이 속출하고 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의 전력 생산은 50% 이상을 화력 발전에 의존한다. 최근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와 글로벌 석탄가격 급등으로 전국 각지에서 제한 송전이 속출하고 있다. [바이두 캡처]

지난 23일 중국 동북 지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신도시가 난데 없는 교통 정체로 신음했다. 새로 들어선 도심 북쪽 선베이(瀋北)신구와 남쪽 훈난(渾南)신구 일대에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퇴근길 신호등이 꺼지면서다. 교차로마다 차량 행렬이 엉키면서 심각한 정체가 발생했다고 신경보가 26일 제보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경제 성장과 함께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려온 중국이 최근 들어 눈에 띌 정도로 전력난에 쩔쩔 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세 속에 전력 수요는 급증했지만 석탄·석유 등에 대한 투자 감소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다. 전세계적인 저탄소 정책에 발맞추려는 과시욕이 현실과 괴리를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지린(吉林)성 지린시는 내년 3월까지 전력 부족으로 인해 단전·단수가 일상화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상수도 업체인 신베이쉐이우(新北水務) 유한공사는 이날 공지문을 내고 중국 국가전망(國家電網, 한국전력 같은 곳)이 기한·시간·계획·통지 없는 정전을 예고했다며 시내 9개 양수장의 정상 가동이 어려워졌으니 주민들은 일상에 사용할 물을 평소 받아 놓으라고 당부했다.

‘동북제한송전’ 검색어 4억 클릭

전력난이 이어지자 주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동북제한송전’ 검색어는 27일 이틀만에 4억 클릭을 기록했다.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3성(省)에 정전이 잦아지면서 배경을 알아보려 한 것이다. 일상 속 불편과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냈다.
당국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26일 랴오닝성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공업정보화청은 성 전체 전력보장 업무회의를 소집하고 에너지 절약을 당부했다. 당국은 올 8월 전력 소비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9.47%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력 생산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단전 사태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광둥·장쑤도 전기 절약 캠페인

전기 부족은 동북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 규모를 넘어선 광둥(廣東)성의 전력 당국은 26일 ‘광둥성 전력 이용자께 드리는 전기 사용 절약 제안서’를 발표했다. 제안서에는 26℃ 미만 냉방 금지,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창문 개방 금지, 퇴근시 에어컨 끄기, 3층 이하 계단 이용하기 등 각종 전기 절약 캠페인을 제시했다.
대만 기업이 모여있는 장쑤(江蘇)성 쿤산(崑山)시는 25일 밤 통지를 발표, 시내 모든 기업과 무역 업체는 26일부터 30일까지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이날 보도했다. 중국의 중앙과 지방 정부의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함께 줄이는 ‘이중 절감’ 정책 시행 강도가 거세지면서 강철·화공·시멘트·야금·방적 등 에너지 집약형 기업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헝다보다 전력난이 더 심각”

사태가 악화되자 미국 블룸버그는 26일 전력난 충격이 부동산 기업 헝다(恒大)의 부채 위기가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던지기보다 먼저 중국 경제를 강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루팅(陸挺) 노무라홀딩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보고서에서 “최근 시장의 초점이 헝다와 베이징 당국의 부동산 압박에 모아지면서 또 다른 중요한 공급 측면의 충격인 제한 송전이 저평가되거나 경시되고 있다”며 3분기 중국 경제의 위축을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전력 부족 문제는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반영한다며, 코로나19 이후 가정과 기업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석탄과 석유 채굴에 대한 투자 감소가 생산량 감축을 불러왔다고 풀이했다.
전력 부족은 이미 중국의 경제 선진지역 경제를 강타했다. 장쑤·저장(浙江)·광둥에서는 감산이나 가동 중단을 공시한 상장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 제련소 등 에너지 집약 기업은 이미 9월 하순부터 10월 초 국경절 연휴까지 장기 휴업에 들어간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때 푸른 하늘 과시도 요인

이번 중국의 전력 위기를 정부의 ‘헛발질’에서 찾기도 한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전세계에 파란 하늘을 보여줘 국제사회에 저탄소 경제에 대한 진정성을 과시하려 하는 게 원인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중국의 난방용 석탄의 선물 가격은 예년보다 4배 이상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굴 안전사고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가 중국의 최대 석탄 수입국인 호주로부터 수입을 금지한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석탄 가격 상승으로 이미 중국 화력발전은 발전 원가가 판매 가격을 초과한 상태다. 화력 발전은 여전히 중국 전체 전력 생산에서 50% 이상을 차지한다.
루팅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제한 송전 조치에 따른 영향이 확산되면 방직·완구·기계 부품 등 세계 시장이 중국발 공급 부족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편집인)은 26일 자신의 웨이보에 “동북부 정전은 탄소 배출량 감소 정책 탓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공공 서비스 업체가 대중의 감정을 과소평가했다”고 당국의 소통 부족을 집중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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