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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유동규가 독재…민간특혜 지적하자 자리 빼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뉴스1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뉴스1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과정을 지켜본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은 당시 민간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과도한 이익을 막아야 한다는 실무진 의견이 있었으나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의 막대한 이익으로 논란이 되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민관합동사업을 통한 수익배당 방식을 설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24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부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문서도 없이 보고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 연합뉴스

이와 관련 지난 25일 중앙일보와 만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2명은 유 전 본부장의 해명을 반박했다. 이들은 “당시 유 전 본부장이 비정상적인 수익 배분을 지적한 실무진과 갈등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에도 문제가 될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배신감을 느낀다”며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이들과 질의응답. (※는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유 전 본부장은 최근 한 언론에 “당시 문서로 보고받은 게 없다”고 말했는데. 
그때는 일이 진행되고 있을 때다. 최종 결재 난 게 아닌데 그게 어떻게 문서로 남아 있나. 문서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왜 그때 담당 부서를 ‘통째로’ 바꿨냐는 것이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당시 담당 실무자가 사업구조를 짤 때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배당금이 돌아가는 걸 우려했다. ‘플러스알파(초과 이익)’가 생기면 민간이 아니라 성남시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근데 유 전 본부장은 이를 무시했다. 이 실무자가 유 전 본부장 사무실에만 들어가면 밖에까지 큰 소리가 들렸다. 
갈등이 어느 정도였나.
결국 유 전 본부장은 이 실무자가 있는 부서를 대장동 사업에서 빼고 다른 부서를 넣었다. 그 실무자가 손을 떼면서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이 들어가게 됐다.  

공사 관계자 A씨는 “우리가 (민간의 과도한 수익을 막을) 브레이크를 만들어놨는데 최소한의 기본장치를 유 전 본부장이 뺐다”라며 “‘우리(공사)가 5500억원을 가져왔는데 민간이 얼마를 먹든 어떻게 아냐’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소리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공사에선 협약대로 했다는데  
성남시나 공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주 작업(땅 수용)을 다 하게 하고 이익금 얼마만 가져왔어도 된다. 성남시에서 민원 심한 동네를 LH에 넘겨 공공개발로 한 사례가 또 있다. 굳이 왜 민간을 끌어들였는지 모르겠다. 그게 최선이었나. 100점을 맞아야 칭찬을 하지 50점을 맞았는데 칭찬해달라고 하는 건가. 
또 어떤 문제가 있나. 
대장동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이전에 있었다는 거다.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진 2013년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다.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는 직원 진술이 있다. 땅콩을 파던 애들이 ‘이게 되네’ 싶으니까 호박을 파려고 대장동으로 간 거라고 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유 전 본부장의 공사 내 위상은.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당선 뒤 성남시설관리공단(공사 전신)에 들어왔다. 그 눈치를 어떻게 안 보나. 공사 사장은 허수아비였다. 우리끼리는 “북한보다 더 무서운 독재체제”라고 했다.
신원을 밝히기 곤란한 이유는 
유 전 본부장이 내부 동향을 살피고 있을까 봐 두렵다. 그만큼 공사에서 위세가 대단했다. 대장동 사업 때도 담당자 교체하면서 밀어붙이는 거나 남모 변호사의 대학 후배 변호사도 유 전 본부장과 남다른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문제 될 건 알았는데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졌다. 그의 대학 같은 과 후배 정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시기에 공사에 입사했고 사업자 선정 심사에도 참여했다.) 

공사 관계자 B씨는 “그렇게 온 세상 정의는 다 이루는 것처럼 다니더니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라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거쳐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영전했고 지난 1월 임기를 9개월 남겨 놓고 사직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대선 캠프 합류설이 있었지만, 본인은 이를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실무를 직접 하지 않았다”며 “일은 개발본부 일이었고 나는 기획본부 소속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익 관련된 부분은 우리가 알 수 없다. 금융기관과 화천대유 간 역학관계는 금융사에 물어보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그걸 성남시에 물으면 해답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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