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가씨 대기 중" 밤 10시에도 문자…598곳 중 적발은 0건

중앙일보

입력

지난 13일 오후 9시50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상가건물에 불이 환하게 켜 있다. 대전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 중으로 오후 10시가 되면 노래방과 유흥업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신진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9시50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상가건물에 불이 환하게 켜 있다. 대전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 중으로 오후 10시가 되면 노래방과 유흥업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신진호 기자

‘언니 대기요’(오후 9시44분), ‘아가씨 OOO 대기요’(오후 9시46분), ‘2명 대기 중입니다’(오후 10시36분)

대전 서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A씨(40대)가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대전 지역에 도우미를 공급하는 보도방들이 지난 3~9일 일주일간 노래방·유흥업소 업주들에게 보낸 단체 문자메시지 가운데 일부였다.

그는 “보도방이나 도우미들이 보낸 문자 10건 중 9건 정도는 오후 9시 이후의 것”이라며 “손님이 와서 1시간만 놀아도 10시가 넘는데 사실상 불법영업을 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오후 10시 넘어도 '도우미 대기중'

A씨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일주일 가운데는 지난 3~5일도 포함됐다. 당시 대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돼 노래방과 유흥시설은 영업이 금지된 상태였다. 도우미 공급도 불법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등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활동을 벌인 증거였다.

그는 “돈을 생각하면 (나도) 간판불 끄고 영업할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느라 10시 땡 치면 문 닫고 (집에) 간다”며 “이렇게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되면 불법영업에 동참하는 업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씨 등 노래방 업주들에 따르면 상당수 업소가 오후 10시 이후에도 간판불을 끄고 문을 잠근 뒤 영업을 하고 있다. 건물 입구에 설치한 폐쇄회로TV(CCTV)로 경찰이나 방역당국(시청·구청)의 단속을 확인하고 손님이 나갈 때는 별도의 문을 통해 내보낸다. 해당 노래방과 유흥주점이 입주한 건물에는 경찰과 방역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출입구도 마련돼 있다.

지난 24일 오후 9시50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상가건물에 불이 환하게 켜 있다. 대전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 중으로 오후 10시가 되면 노래방과 유흥업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신진호 기자

지난 24일 오후 9시50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상가건물에 불이 환하게 켜 있다. 대전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 중으로 오후 10시가 되면 노래방과 유흥업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신진호 기자

대전시 중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B씨(50대)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간판불을 끄고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는 걸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알아야 한다”며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동종 업계라) 그냥 넘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신고해도 실제로 단속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시, 7월 22일~9월 5일 유흥시설 단속 '0건' 

대전시가 7월 22일부터 9월 5일까지 경찰·교육청·구청과 벌인 ‘중점관리시설 특별 방역점검’에서도 적발된 업소는 많지 않았다. 당시 대전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인 상황에서 유흥시설 598곳 가운데 단속에 적발돼 계도·과태료가 부과된 업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노래연습장 1373곳 가운데는 23곳이 계도·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대전경찰청이 지난 1~8월 불법영업을 단속한 결과 단속 건수는 각각 28건(유흥주점), 10건(단란주점), 10건(노래방)으로 집계됐다. 단란주점과 노래방의 불법영업 단속 건수는 월평균 1.25건 수준이다.

지난 13일 대전지역 노래방 업주들이 집합금지로 인한 손해보전을 요구하며 상복을 입고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3일 대전지역 노래방 업주들이 집합금지로 인한 손해보전을 요구하며 상복을 입고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시 관계자는 “유흥시설 등에 대한 현장점검에서 방역수칙은 대체로 양호했지만 일부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돼 계도 위주로 조치했다”며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각종 주점 만남, 코로나 끝 장담 못해" 

전북에서는 고위 공무원이 자신이 목격한 사례를 예로 들며 시민들에게 방역수칙 동참을 당부했다. 전북도 강영석 복지여성보건국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어젯밤(24일) 각종 주점에서 이 상황(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무관하게 많은 분이 다양한 만남을 갖고 있었다”며 “동료들은 추석 연휴와 주말도 반납했고 보건소에서는 직원이 모자라 일반 행정직원이 역학조사를 하고 있는데 매우 안타깝다.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강영석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왼쪽)이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강영석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왼쪽)이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강 국장은 “신규 확진자 3273명(최다 기록) 이후 끝이 어디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국민이 함께해주지 않으면 K-방역은 아무 소용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옳은 행동이 무엇인지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