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이야말로 현실판 '오징어게임'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청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27일 현재까지 추석 연휴 기간 대규모 인구이동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살얼음 판을 걷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은 사업실패·도박 등의 이유로 큰 빚을 진 사람들이 456억원의 상금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도 과거 자영업자였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뒤 치킨집과 분식집을 창업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도박 등으로 4억원대의 빚을 진 상태에서 이 게임에 참가한다.
드라마에는 참가자들의 채무액을 일일이 읊으며 "여러분은 감당할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끝에서있다. 남은 인생을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살겠느냐, 아니면 마지막 기회를 잡겠느냐"고 게임 참여를 압박하는 내용의 대사가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456억원 주면 나도 참가하고싶다" "내 현실이 더 잔혹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3년 맥줏집 사장, 코로나 방역에 극단선택
실제로 이달 초에는 23년간 맥줏집을 운영했던 한 자영업자가,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영업제한조치로 생활고를 호소하다가 극단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999년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시작으로 식당·일식주점까지 식당 4곳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B씨(57)는 지난 7일 자택인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발견 며칠 전으로 추정됐고, 지인에게 마지막으로 한 연락은 지난달 31일이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B씨의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사업 규모가 커지자 직원들에게 업소 지분을 나눠주고 업계에선 드물게 '주 5일제'를 시도할 정도였다. 하지만 2년 전 시작된 코로나19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매출은 절반에서 3분의 1로, 그 뒤엔 하루 10만원 아래로 속절없이 꺾였다. 정부가 영업제한 조치를 강화한 지난해 말부터는 손님이 뚝 끊어졌다.
100석 규모의 가게 1곳만이 남았지만, 월세 1000만원과 직원 월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숨지기 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뺐고, 모자란 돈은 지인들에게 빌려 채웠다고 한다. 숨진 A씨 곁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채권을 요구하거나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메시지들이 남아있었다.
방역 압박에…"우승해도 죽음, 포기해도 죽음"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자영업자는 "내용중에 이정재가 호프집에 돈빌리러가는 장면이 있는데, 제 친구가 딱 그꼴로 돈을 빌려달라고 왔었다"며 "저도 딸린 식구들이 있고 장사도 안되고 해서 눈치보며 거절했는데, (거절하는) 호프집 사장님에 감정이입이 됐다"고 밝혔다.
다른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는 '방역'이라는 이름의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라며 "다른점이 있다면 우승해봤자 '상금'이 없다는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우승해도 죽음, 포기해도 죽음" "탈락만 있고 게임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다" 등 공감이 이어졌다.
자영업자 대출 1년 전보다 13.7% 증가
한편 올해 2분기 국내 자영업자가 은행 등 전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86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13.7% 증가한 85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율은 비은행권에서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은행의 문턱이 높아 사채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뜻이다. 비은행권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했지만, 은행권은 10.7% 늘었다.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 '고금리 대출'이 17.6% 늘어나는 등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