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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곽상도·박영수·권순일, 대장동에 모여 단물 빤 것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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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곽상도 의원이 지난 4월 하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항의 방문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 의원은 26일 화천대유로부터 아들이 고액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연합뉴스]

곽상도 의원이 지난 4월 하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항의 방문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 의원은 26일 화천대유로부터 아들이 고액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연합뉴스]

복마전 특혜 사업에 몰려든 고위 법조인들

화천대유 참가자, 인허가자 철저 수사해야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화천대유, 복마전이 따로 없다. 설립된 지 몇 년도 안 된 부동산 시행사에 고위 법조인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법조기자 출신 대주주인 김모씨의 인맥이라는데, 억대 연봉을 주면서 이들을 옆에 둔 배경도, 또 이들이 응한 배경도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 고위 법조인들이 화천대유에 불나방처럼 꼬인 것이다.

곽상도 의원의 처신은 혀를 차게 한다. 아들이 ‘화천대유 1호 사원’이란 게 드러났을 때 “입사해 겨우 250만원의 월급을 받은 직원”이라고 주장했다.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후엔 “회사가 벌었으니까, 형편이 되니까 준 것 아니겠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작 아들에게 화천대유를 소개한 건 그였다. 그동안 그가 대통령 등 여권 인사 가족들에게 들이댔던 잣대를 떠올려보라. 납득이 되겠나. 국민의힘 탈당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퇴임 후에 대해 “법관의 최고위직을 지낸 만큼 국민의 기대가 크다. 날카로운 비판을 의식하고 그런 비난을 받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로스쿨의 석좌교수로 ‘법조윤리’를 가르치면서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로부터 10개월간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그는 “화천대유가 어디에 투자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대법관 시절 대장동 관련 두 차례 판결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재명 지사를 살렸다’는 허위사실 공표 무죄 판결이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축인 남모 변호사 관련 법조인들의 행태는 더욱 기가 막히다. 대장동 불법 로비 사건으로 남 변호사가 기소됐을 때 수사 지휘 책임자(강찬우 전 검사장), 당시 변호인(박영수 전 특별검사)이 화천대유의 자문변호사와 고문이었다. 공영개발이란 외피를 둘렀다지만 본질적으론 같은 개발사업인데 어찌 피고인과 수사 검찰, 변호인이 한 배를 탈 수 있단 말인가. 보통사람들의 윤리의식도 이보다는 낫다.

대장동 의혹의 본질 자체는 단순하다. 원주민의 땅을 싼값에 수용해 비싸게 판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번 돈을 공공(1800억원)이 아닌 화천대유 등 민간(4000억원대)이 압도적으로 많이 가져갔다. 싼값에 수의계약한 땅으로 수천억원대 추가 이익도 보장됐다. 정상적이었다면 원주민(또는 입주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몇 명에게 몰아준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특혜 사업’이 되도록 설계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 의혹에서 이재명 지사도 자유롭지 않다. 이 지사는 곽상도 의원을 향해 “운도 다 끝나가는 것 같다”고 했는데, 대장동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자는 바로 자신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특혜 구조를 알았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