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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지방 섭취 줄여 체중 감량? 탄수화물 더 많이 먹게 돼 살 더 찔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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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저지방식 다이어트 풍선효과

한나영(59·가명)씨는 일상에서 체중 감량을 위해 ‘지방 덜 먹기’를 실천하고 있다. 지방을 조금이라도 덜 먹어야 살 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제품을 고를 때 ‘저지방’만 선택한다. 그리고 지방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음식 위주로 먹는다. 과일·옥수수·식빵·국수·떡 등이다. 하지만 이렇게 먹어도 한씨의 체중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복부 비만에 고지혈증까지 앓고 있다.

한씨의 식단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지방 섭취는 줄긴 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다. 한씨는 지방을 피하기 위해 생선·육류를 줄였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 섭취도 덩달아 줄었다. 자기도 모르게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서 결과적으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됐다. 지방·탄수화물·단백질 사이의 균형이 깨졌다.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과일·고구마 같은 건강식이어도 과하게 섭취하면 탄수화물 과잉으로 이어져 쓰고 남은 에너지가 피하·내장 지방으로 축적된다”며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근육량도 줄어 신체의 에너지 소비가 둔해진다”고 말했다.

근육량 줄어 에너지 소비 둔화 악순환

실제로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성인 1만5582명을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저지방·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2.2배 높았다. 남성은 지방 섭취 비율과 관련 없이 탄수화물을 많이 먹을수록 대사증후군 위험이 커졌다(강남세브란스병원 이지원 교수팀, 2017).

 같은 칼로리라도 탄수화물 비중이 높을수록 지방이 더 잘 쌓인다. 탄수화물은 에너지를 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인슐린은 쓰고 남은 당을 지방세포로 축적하는 역할을 해 한꺼번에 많이 분비되면 살이 잘 찐다. 서 교수는 “탄수화물은 체중 감량을 위해 가장 먼저 줄여야 할 영양소”라며 “극단적으로 섭취를 제한하라는 것이 아니라 설탕·꿀 같은 정제된 형태의 탄수화물인 첨가당과 빵·떡 같은 간식류는 줄이고, 잡곡·현미와 같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좋은 탄수화물을 적정하게 섭취하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은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해 ‘저지방’ ‘무지방’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 저지방 제품은 지방이 줄어들면서 맛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첨가당을 쓴다. 첨가당은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혈관 건강을 망가뜨린다. 서민석 교수는 “지방과 관련한 건강 문제는 체중 증가보다 혈관 건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고혈압·당뇨, 심뇌혈관 질환자는 혈관에 좋지 않은 트랜스 지방, 포화지방을 덜 섭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부터 가공식품 영양 성분 표시란에 ‘지방 섭취에 따른 칼로리(Calories from Fat)’ 항목을 없앴다. 지방의 경우 섭취 지방의 양보다는 종류가 더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총지방’ ‘포화지방’ ‘트랜스지방’과 같은 종류별 표기는 유지했다. 대신 첨가당(Added sugar) 표기가 새로 도입됐다. 시럽·꿀·농축과즙 등 첨가당에 대한 ‘1일 영양 성분 기준치 비율’과 함께 ‘실제 함유량’을 함께 표기하도록 했다.

살코기·치즈의 포화지방은 나쁘지 않아

‘저지방=건강식’이라고 여겨진 것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은 포화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포화지방이 건강의 적이라고 간주하는 건 과잉 해석이다. 지방은 호르몬과 세포막을 만드는 재료다. 상온에서 굳는 포화지방은 안전성이 크고 불포화지방은 유동성이 있다. 두 가지가 적절히 들어와야 세포막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특히 혈관 벽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 지방이다. 지방을 안 먹으려고 지나치게 엄격히 조절하면 혈관 벽이 약해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포화지방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을 피하라는 것이지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전체 지방 섭취량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포화지방도 먹어야 한다. 다만 좋은 지방을 골라 먹을 필요는 있다. 서 교수는 “같은 포화지방이라도 라면·케이크·삼겹살에 있는 것보다 살코기·치즈·다크초콜릿의 포화지방이 낫다”며 “등푸른 생선과 견과류, 올리브오일의 불포화지방산은 나쁜(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주는 좋은 지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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