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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심실 보조 장치, 심장 이식 기다리는 소아 생존율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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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신유림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몸의 정상적인 대사에는 원활한 혈액순환이 필수적이며 건강한 심장 기능은 그 밑바탕이 된다. 심장 기능이 약해져 충분한 혈액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신체에 필요한 만큼 에너지 공급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심부전이다. 소아의 경우 선천적 심장 기형이나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긴 심근병증이 주된 원인이다. 적절한 약물치료에도 심부전이 진행하면 말기 심부전으로 악화한다.

 말기 심부전 환자는 심장 기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어 심장 이식이 필요하다. 뇌사 공여자가 희소하기 때문에 적합한 장기를 기증받기까지 일반적으로 수개월 이상 걸린다. 이식 장기의 적합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액형과 항체 검사 결과인데 소아 환자는 체구가 작아 공여자의 체구가 또 하나의 중요한 고려 요소다. 결과적으로 이식에 적합한 기증 심장을 만나기까지 성인보다 훨씬 긴 대기 기간이 필요하다. 대기하는 동안 입원 상태에서 정맥 강심제 주사를 유지하면서 심장 기능을 가까스로 유지한다.

 심부전 환자의 증가와 뇌사 공여자의 희소성에 따른 이식 대기 중 사망은 소아 심장 이식 분야의 큰 과제다. 이런 이식 대기 중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추는 데 기여한 것이 ‘심실 보조 장치’ 치료다. 심실 보조 장치는 흔히 인공 심장으로 불린다. 심장의 구조 중에서 혈액을 뿜어내는 심실을 대신해 기계 장치가 펌프 역할을 한다. 체구가 작은 소아는 심장을 둘러싼 공간이 작으므로 심실 보조 장치 도관을 심장에 삽입하고 이를 피부를 통해 체외로 통과시켜 몸 밖의 펌프에 연결해 보조하는 체외형 심실 보조 장치를 사용한다.

 체외로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적고 특수하게 고안된 펌프와 도관으로 이뤄져 있어 장기간 순환 보조가 가능하다. 중증의 말기 심부전 소아 환자가 심장 이식을 할 때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다른 장기 기능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심실 보조 장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기계 호흡기를 떼고 일반 병실에서 생활할 수 있다. 그러면 재활치료를 통해 그동안 지장을 받았던 성장과 발달이 빠른 속도로 회복함으로써 심장 이식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고 회복을 빠르게 하는 데 기여한다.

 무엇보다 심실 보조 장치는 펌프의 구동과 모니터링, 상처 관리, 항응고 치료, 심부전 약물치료, 재활 치료까지 면밀하고 집약적인 관리가 필요한 치료다. 전담 의료진이 24시간 세밀히 관리하는 의료기관을 통해 안전하게 심장 이식까지의 여정을 마치고 퇴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심장 이식 후에는 면역 억제 치료를 하고, 주기적인 심장 영상 검사와 심근 조직 검사를 통해 심장 기능을 평가하고 거부 반응 여부를 진단한다. 이런 이식 후 관리까지 이어지면 심실 장치 치료 및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보호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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