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가검물’ 대신 ‘검사대상물’

중앙일보

입력 2021.09.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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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얼마 전 김밥전문점에서 김밥을 사먹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린 적이 있다. 이들 식중독 환자에게서는 모두 살모넬라균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경우 으레 등장하는 용어가 ‘가검물’이다. “식중독 환자들의 가검물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와 같은 표현이다.

그렇다면 ‘가검물’은 무슨 뜻일까? 문맥으로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지만 그리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가검물(可檢物)은 병균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해 거두는 물질을 뜻한다. 환자의 혈액·땀·구토물·변 등 몸에서 나오는 모든 분비물 혹은 물질이 대상이다. 이것을 가지고 검사를 해 식중독 등의 원인을 밝혀내게 된다. ‘가검물’ 단어 자체는 어렵지만 뭐 그리 대단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1997년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국어순화용어자료집에는 ‘가검물’이 어려운 행정용어이므로 ‘검사대상물’로 바꿔 쓰라고 돼 있다. 순화용어는 4단계로 등급을 나누어 ‘×, →, ○, △’로 표시하고 있는데 ‘가검물’은 ‘×’라고 돼 있다. 꼭 바꿔 쓰라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행정용어와 마찬가지로 순화용어를 선정해도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아직도 ‘가검물’이란 용어는 계속해 쓰이고 있다. 순화자료집에서 지적했듯이 ‘가검물’은 어려운 한자어다. 순화용어대로 ‘검사대상물’로 바꾸어 쓰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거의 없다. 긴 게 흠이라면 ‘검사물’이라 해도 큰 문제는 없겠다.

한 언론사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행정·공공용어 이해도 검사를 한 결과 평균 점수가 28점이었다고 한다. 특히 ‘가검물’의 정답률은 21.2%에 불과했다. 행정용어나 공공언어를 쉬운 말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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