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드 안 줘?” 퍼터로 재며 조롱…한·일전 같은 라이더컵

중앙일보

입력 2021.09.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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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컨시드를 받지 못해 항의하는 의미로 퍼터로 거리를 재고 있는 쉐인 라우리. [NBC스포츠]

컨시드를 받지 못해 항의하는 의미로 퍼터로 거리를 재고 있는 쉐인 라우리. [NBC스포츠]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섀보이간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골프장에서 벌어진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대륙 간 골프 경기) 포섬 1번 홀에서 파퍼트를 넣은 후 보란 듯 퍼터를 땅에 내려놓고 길이를 쟀다. 상대인 유럽 선수들이 디섐보에게 1m 정도의 퍼트에 컨시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도 아마추어 라운드엔 그립을 제외한 퍼트 길이 안에 볼이 들어오면 컨시드를 주는 경우가 흔하다. 공식 대회 스트로크 경기에는 컨시드가 없지만, 라이더컵은 매치플레이라 컨시드를 줄 수 있다.

디섐보는 퍼터를 그린에 내려놓음으로써 상대의 컨시드가 너무 박하다고 조롱한 것이다. 그러나 컨시드를 주고 안 주고는 전적으로 상대의 권한이다.

화난 선수는 디섐보뿐 아니다. 저스틴 토머스는 포섬 경기 8번 홀에서 유럽 선수들이 1m가 안 되는 퍼트의 컨시드를 주지 않자 퍼트로 거리를 재는 시늉을 했다. 퍼터를 땅에 내려놓지는 않았지만, 공중에 수평으로 들어 길이를 쟀다. 지고 있던 토마스 조는 이 사건 이후 불꽃 같은 샷을 날리면서 역전승했다. 미국 해설자들은 “짧은 퍼트 컨시드를 받지 못한 분노로 인해 괴력이 생겨 이긴 것 같다”고 했다.

따져보면 토머스가 화낼 일만은 아니다. 토머스는 전날 존 람(스페인)에게 80㎝ 정도의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고 미국 골프닷컴이 보도했다. 유럽도 별 차이는 없다. 70㎝ 정도의 퍼트 컨시드를 받지 못한 쉐인 라우리(아일랜드)도 토머스처럼 거리를 재는 시늉을 했다.

타이거 우즈(미국) 등을 가르친 부치 하먼은 스카이 스포츠에서 디섐보의 행동에 대해 “품위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위터에는 “디섐보가 다른 선수들보다 긴 퍼터를 쓰는데 그걸로 재는 건 불공평하다”는 등의 조롱 섞인 비판이 많다.

반면 라이더컵 출전 경험이 있는 저스틴 레너드는 “이런 쩨쩨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라이더컵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이 1999년 대역전승을 거둘 때, 우승이 확정되자 상대 퍼트가 남았는데도 선수들은 그린에 뛰어 올라가 춤을 추는 등 추태를 부렸다.

라이더컵은 한일전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이겨야 하는 대회가 됐다. 때론 신사를 좀생원으로 만든다. 한편 둘째 날 경기에서 미국은 11-5로 리드를 늘렸다. 1975년 이후 최다 점수 차로 마지막 날 싱글 매치를 치르게 됐다. 미국은 싱글 매치 12경기에서 3.5점만 추가하면 우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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