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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권순우, 18년 8개월 만에 투어 대회 우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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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24·당진시청·세계 82위)가 생애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권순우가 26일 생애 첫 투어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 SNS]

권순우가 26일 생애 첫 투어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 SNS]

권순우는 26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 결승전에서 제임스 더크워스(29·호주·65위)를 1시간 36분 만에 세트 스코어 2-0(7-6, 6-3)으로 이겼다.

지난 2015년에 프로에 데뷔한 권순우는 6년 만에 투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권순우는 지난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이형택(45·은퇴) 이후 18년 8개월 만에 ATP 투어 단식 결승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됐다.

투어 대회 우승은 지난 2018년 호주오픈 4강에 올랐던 정현(25)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정현은 2017년 11월 신설 대회였던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우승한 사례가 있는데 이 대회는 ATP 투어 정규 대회가 아니었다.

1세트부터 팽팽했다. 각자의 서브게임을 지켜 게임 스코어 6-6으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여기서도 6-6으로 접전이었는데 권순우가 연달아 2점을 가져와 1세트를 따냈다.

2세트에선 첫 서브게임을 내줬지만, 바로 더크워스의 서브게임을 가져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승부처는 더크워스의 서브게임이었던 6번째 게임이었다. 40-40, 듀스에서 권순우가 밀리지 않고 두 번의 공격포인트를 따내면서 게임 스코어가 4-2로 벌어졌다.

우승 상금은 4만7080 달러(약 5500만원)로 엄청난 액수는 아니지만, 랭킹 포인트는 250점을 받게 된다. 이 대회 전까지 랭킹 포인트가 899점이었던 권순우는 250점을 더해 1149점으로 세계 57위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권순우의 개인 최고 랭킹이다. 아시아 랭킹 1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아시아 1위인 니시코리 게이(32·일본)가 54위에 자리하고 있다.

권순우는 어린 시절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경북 김천 모암초 4학년 때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보통 7~9세에 입문하는데, 늦은 편이다. 게다가 입문 당시 키도 1m50㎝ 정도로 작았다. 정현이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하는 등 10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에 비해 권순우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권순우는 기죽지 않았다. 또래 선수들이 승승장구할 때 조용히 기본기를 다졌다. 그 사이 키는 쑥쑥 커서 1m80㎝가 됐다. 당당한 체격을 갖추면서 권순우는 점점 성장했고 2017년에는 태극마크도 달았다. 당시 300위대였던 권순우는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단식에 나가 80위대였던 데니스 이스토민과 접전을 펼쳤다. 비록 1-3으로 졌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본격적으로 성인 무대에 뛰어들었다. 권순우는 한 단계 낮은 챌린저 대회 대신 투어 대회에서 직접 부딪히기로 했다. 예선 경기를 치러 본선에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끈질기게 투어 대회를 두드렸고, 지난 2019년 100위 안에 들면서 원하는 투어 무대를 밟게 됐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어 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2월에 4주 연속 투어 대회 8강에 진출하면서 세계 69위까지 올랐다. 올해는 프랑스오픈 32강에 오르면서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권순우는 꾸준함을 무기로 투어 우승까지 이뤘다. 서브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올해 서브 스피드가 최고 시속 200㎞를 넘나들 정도로 좋아졌다. 이번 대회 준결승전에서는 첫 서브를 넣어 14회 연속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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