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능 기부 다이버들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멸종위기 Ⅰ급 생물인 나팔고둥을 발견했다. 과거엔 흔히 볼 수 있었고, 구멍을 뚫어 나팔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팔고둥'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우리나라 고둥류 중 가장 큰 종으로 유해생물인 국내 불가사리의 유일한 천적이다. 무분별한 채취로 개체 수가 감소해 2012년부터 멸종위기 생물로 지정됐다.
제주도, 여수 등에 살았던 나팔고둥이 다도해 해상 지역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도해 해상의 불가사리를 먹으려고 시도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또한 나팔고둥과 함께 멸종위기 산호류 4종까지 모습을 드러내 다도해 해상 생태계의 건강성이 확인됐다는 평이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국립공원공단 시민조사단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해양생태계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나팔고둥 등 총 5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민조사단은 전문 잠수능력을 갖춘 재능 기부 다이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모임이다. 지난해부터 국립공원공단과 함께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해양 생태계를 조사했다.
이번에 발견한 멸종위기 Ⅱ급 산호류는 검붉은수지맨드라미, 해송, 둔한진총산호, 유착나무돌산호 등 4종이다. 한국 고유종인 검붉은수지맨드라미는 수심 20~30m 바위에 붙어살며 검붉은 색을 띤다. 역시 한국 고유종인 둔한진총산호는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주로 발견된다. 해송은 '바다의 소나무'라는 의미로 바위에 붙어 자라난다. 모두 다도해 해상, 한려해상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거문도 인근에서 발견된 유착나무돌산호는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동시에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감지하는 기후변화 지표로서 보존 가치가 크다. 온난화에 따라 수온이 상승하면 서식지의 위도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지난해 낚시로 훼손 심각해진 해상공원 일부 지역 출입을 1년간 통제하는 등 자연자원 보호에 힘쓰고 있다. 김철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장은 "산호류 등의 멸종위기종은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도 관계기관, 해양생태계 시민조사단 등과 함께 해양생태계 보호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